[2023년 결산] 국제 테니스 뉴스 TOP 5
2023년의 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유일의 테니스 전문 매거진, 테니스코리아에서는 2023년을 정리하며 올해 가장 뜨거웠던 국내외 이슈들을 정리했다. 이번엔 국제 뉴스 TOP 5다.
1. 상위 조회 수 치트키,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가 코트를 떠난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시즌이었던 2023년. 테니스 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남아 있는 조코비치와 나달의 라이벌리로 향했다. 그런데 호주오픈부터 나달이 고장났다. 고관절 부상으로 1회전 만에 탈락했던 나달은 좀처럼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달과 관련한 뉴스는 부상, 수술, 재활, 복귀 등의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페더러는 은퇴하고 나달은 아프니, 하나 남은 조코비치마저 불안할 것이라는 것이 시즌 초반의 예상이었다. 더군다나 2022년 US오픈을 멋들어지게 장식했던 ‘포스트 나달’ 알카라스의 상승세는 조코비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연말이 된 지금, 조코비치는 이러한 예상을 모두 비웃었다. 호주오픈에서 단일 대회 V10을 달성했고, 롤랑가로스에서는 알카라스를 평범한 20세 청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US오픈에서는 그랜드슬램 V24에 성공했다. 36세의 조코비치는 젊었을 적과는 달리 많은 대회에 무리해서 참가하지 않았다. ATP 파이널스까지 딱 12개 대회만 참가했을 뿐이다. 그랜드슬램 4회, 파이널스 1회, 마스터스 4회, 투어 3회 등 조코비치는 상위 등급 대회에 골라서 출전한다는 인상이 줄 정도로 무리해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즌 승률은 이번에도 90%를 넘어섰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여전했으며, 위기 상황을 탈출하는 그의 타짜 기질은 올해 더욱 빛났다. 에이징 커브 이론은 조코비치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상위 조회 수의 치트키와 같았다. 조코비치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 제목은 언제나 네이버 스포츠 섹션의 메인에 등극했다. 테니스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조코비치의 이름이 제목에 뜬다면 무조건 클릭하는 듯했다. 2023년도 테니스는 여전히 조코비치였다. 실력도, 이슈도 모두 그랬다.
<2023 호주오픈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 그랜드슬램, 남자는 조코비치 여자는 춘추전국
수많은 테니스 대회 중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회는 단연 그랜드슬램이다. 선수들의 목표도, 팬들의 관심도 대부분 그랜드슬램을 향해 있다. 그랜드슬램에 관한 기사의 조회 수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올해 그랜드슬램은 남자부, 여자부 각각 다른 결과로 종료됐다. 남자부는 또 조코비치였고, 여자부는 절대강자가 없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번 시즌 전까지 21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던 조코비치인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나달(22회 우승)의 기록을 경신했고, US오픈 타이틀까지 따내며 남녀 통산 공동 1위까지 올라섰다(24회).
조코비치가 워낙 강했던 호주오픈은 그렇다 치더라도, 커리어 역사상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프랑스오픈(3회째) 우승까지 거머쥐니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대한 기대치까지 높아졌었다. 더군다나 조코비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회 연속 윔블던 우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조코비치는 윔블던 결승에서 알카라스에 패했다. 알카라스의 천재성이 제대로 발휘된 대회이기도 했으나, 최근 조코비치의 윔블던 성적에 비한다면 의외의 결과였다. 결과론적으로 US오픈까지 차지한 조코비치이기에 올해 윔블던 준우승은 꽤나 아쉬운 결과로 남고 말았다. 오픈 시대 이후 남자 선수의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은 여전히 아무에게도 허락되지 않고 있다.
반면 여자부에서는 다른 4명의 선수가 각각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근 10년간 그랜드슬램 여자부에서 특정 선수의 독주는 2015년 세레나 윌리엄스(3회)가 마지막이다. 이후 안젤리크 케르버(2016년), 이가 시비옹테크(2022년) 만이 단일 년도 2회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했을 뿐이었다. 대회마다 각기 다른 우승자가 나오는 양상은 올해에도 반복됐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다. 사(4)발렌카는 4차례 그랜드슬램에서 모두 4강 이상 오르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우승은 호주오픈뿐이었다. 어이없는 실수들로 패하는 공식이 반복되며 최정점에 올라설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시비옹테크는 프랑스오픈 타이틀을 따내기는 했으나 2022년도에 비한다면 그랜드슬램에서는 약간의 기복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웰컴백 스비톨리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 Come Back Players
2023년은 유독 코트로 복귀한 선수들이 많았던 해였다. 특히 수많은 인기를 끌었던 2명의 여자 선수들이 ‘엄마’로 코트에 복귀했다.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와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다.
작년 딸을 출산한 스비톨리나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어에 복귀했다. 복귀 초반에는 전혀 영점이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5월 스트라스부르오픈에서 우승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후에는 여전히 WTA 세계 최정상권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오픈 8강, 윔블던 4강 등으로 랭킹을 25위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코트에 복귀한 모든 선수를 통틀어 스비톨리나는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워즈니아키는 8월 US오픈시리즈에서 복귀했다. 워즈니아키는 2020년 호주오픈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에게 별다른 인사도 하지 못하고 잠정 은퇴했었다. 하지만 올해 두 아이의 엄마로 코트에 복귀한 워즈니아키는 그녀가 왜 전세계랭킹 1위였는지를 증명해냈다. 앞선 대회에서 경기 감각을 회복하더니 US오픈에서 16강까지 올랐다. 워즈니아키의 복귀 기간은 짧았지만 임팩트만큼은 충분했다.
코트로 돌아온 남자 선수들도 있었다. 반가운 얼굴은 부상에서 회복한 니시코리 케이(일본)였다. 니시코리는 고관절, 발목 부상 등이 겹치며 1년 반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니시코리는 복귀 첫 대회였던 팔마델마르챌린저에서 우승하며 내년 시즌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4년 만에 재개된 ATP 베이징오픈(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 코로나 엔데믹, 그리고 Show Me the Money
2023년 세계 테니스의 가장 큰 이슈는 결국 엔드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이 아니었던 세계 테니스 시계와 시장이 2023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다. 무엇보다도 가을철 아시아스윙의 큰 축이었던 중국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항공길을 개방하면서 중국에서 다시금 국제대회가 재개됐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암초를 만난 지난 3년이었지만 테니스의 전세계적인 인기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었다. 4개의 그랜드슬램은 각각 총상금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그랜드슬램뿐만 아니라 파이널스,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예년에 비해 총상금액이 올랐고, 상위 등급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각 국가들의 머니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테니스 세계화의 더욱 긍정적인 뉴스는 그간 테니스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중동 국가에서 대회 유치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열리는 ATP, WTA 대회들은 순식간에 투어 500 등급까지 성장했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는 넥스트젠파이널스를 개최하며 막강한 오일 머니의 위용을 과시 중이다.
테니스는 스포츠 종목의 범주를 넘어 자체적인 산업으로 브랜드화에 확실히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테니스 세계화는 엔드 코로나와 함께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넥스트제너레이션에서의 전자라인콜 화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5.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까? 가속화되는 전자 라인콜
ATP는 지난 4월 전자기기에 의한 라인 판정(ELC Live)을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넥스트젠 파이널스 대회에서 처음 시작된 전자 라인콜은 그동안 정확성과 일관성 업그레이드의 과정을 거쳐 왔다. 그리고 코로나19 기간, 급속도로 확장되며 2025년 전면 도입된다.
하드코트와 잔디코트에서는 전자 라인콜에 대한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다. 실제로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는 라인 엄파이어가 이미 사라졌고, 올해 US오픈의 경우에는 그랜드슬램 최초로 비디오 리뷰(VR) 시스템마저 도입됐다. 전자 라인콜 뿐만 아니라 파울 샷, 더블 바운드 등의 다양한 상황까지도 VR 시스템을 통해 판정 가능했다. 체어 엄파이어와 라인 엄파이어 대신 리뷰 오피셜(Review Official)들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윔블던마저 전자 라인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클레이코트에서의 최종적인 기술 검증 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전자 라인콜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코트에 해당 기술력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과 센터코트, 쇼코트를 제외한 일반 코트의 시설 환경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ATP와는 달리 WTA에서는 딱히 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챌린저 등급 대회와 형평성도 문제다. 위와 같은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테니스에서도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 기사는 테니스코리아 2023년 1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테니스코리아 구독하면 윌슨 테니스화 증정
▶테니스 기술 단행본 3권 세트 특가 구매
#종합기술 단행본 <테니스 체크인>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