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재팬과 굿바이 재팬의 갈림길 [MZ투자레터]
서경대 ‘금융투자연구회’의
MZ세대 실제 투자 보고서
건전한 투자 위한 지침서
김민주 · 이지은 학생의 투자레터
일본 주식 투자에 숨은 리스크
올해 초 '바이 재팬(Buy Japan)' 열풍이 불었다. 엔저현상으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훈풍은 증시로 이어졌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급증했다. 그렇다면 일본 증시는 일학개미들에게 달콤한 과실을 가져다 줄까. 더스쿠프와 서경대 금융투자연구회의 컬래버레이션 'MZ 투자일지'를 뉴스레터 형식으로 풀어봤다. 김민주·이지은 학생은 일본 주식 시장의 리스크를 분석했다.
◈ 투자에 눈을 뜬 이유
김민주: "지은아 너 방학에 여행 어디로 가기로 했어?"
이지은: "나 일본에 가기로 했어."
김민주: "너도? 가영이도 일본 간다던데, 엔화가 싸져서 다들 일본으로 가는구나."
⦁ 엔데믹(endemic·풍토병) 전환 이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일본입니다. 일본 유명 여행지엔 '온통 한국인'이라는 친구들의 경험담도 들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엔화가 한때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이 '가성비' 괜찮은 여행지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 흥미로운 점은 이런 '엔저현상'이 일본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침체했던 일본 증시가 활황으로 돌아섰는데 그 요인 중 하나로 엔저현상이 꼽혔습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에 이어 올해 초부터 '일학개미'가 가파르게 늘었다는 뉴스도 들려왔죠. 우리가 일본 증시에 관심을 가진 이유입니다.
✚ 기자의 한마디
올해 일본 증시는 30년 만의 호황을 누렸다. '닛케이 255' 지수는 올해 초(이하 1월 4일) 2만5716.86포인트에서 현재(이하 12월 18일) 3만2758.98포인트로 27.3% 상승했다. '토픽스' 지수 역시 같은 기간 1868.15포인트에서 2316.86포인트로 24.0% 껑충 뛰었다(비주얼➊ 참조).
이는 같은 기간 미국·유럽·중국 등의 증시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두 지수 모두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되돌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참고: 닛케이 225 지수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상위 225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토픽스 지수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 일본 증시 들여다본 이유
⦁ 일본 증시에 관심을 갖는 한국의 투자자들이 늘자 증권회사들은 일본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등을 쏟아냈습니다. 일본 주식의 접근성이 좋아진 셈입니다. 하지만 주식 초보자인 우리가 갑자기 떠오른 일본 주식시장에 선뜻 뛰어들기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일본 증시가 왜 반등했는지, 엔저현상과 일본 증시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기자의 한마디
일본 증시에 쏠린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해 11월 26억707만 달러(약 3조3837억원)에서 올해 11월 40억7330만 달러(약 5조2851억원)로 56.2%나 급증했다(비주얼➋ 참조).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에 뛰어들기보단 시장의 특성과 리스크를 파악하는 김민주·이지은 학생의 투자 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 일본 증시와 엔저현상
⦁ 지난 11월 16일 엔화 환율은 100엔당 858.38원을 찍었습니다. 엔화 환율이 850원대로 떨어진 건 2008년 1월 이후 15년여 만이었죠(비주얼➌ 참조). 이렇게 엔화가 약세를 띠는 건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1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로써 0.25%이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2년여 만에 5.50%로 5.25%포인트 상승했죠. 한국 역시 미국을 뒤따라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상했습니다.
⦁ 하지만 일본은행(BOJ)은 2016년부터 '제로금리(-0.10%)'를 유지해왔습니다.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죠. 금리 격차로 인해 발생한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의 특성상 미국 경기의 호조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죠. '기업 실적 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내수시장도 활성화했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탔습니다.
✚ 기자의 한마디
일본 증시가 떠오른 덴 일본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 4월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인 상장사들에 주가부양책을 공시하도록 했다.[※참고: PBR은 1주당 회사의 순자산을 나타내는 지표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이나 배당 확대 대책을 내놨다. 이런 주주환원책의 확대도 일학개미들에게 메리트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일본 증시에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 증시에 랠리를 불러온 엔화 약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다는 건 위험요인이다.
◈ 일본 증시에 숨은 리스크
⦁ 어느 시장이나 그렇겠지만, 일본 주식시장 역시 불확실성을 품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지난 13일 미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선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거란 전망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 실제로 지난 7일 참의원 재정금융원회에 참석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임금과 물가 상승 선순환이 확실해지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기업의 실적 감소 우려→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비주얼➍ 참조).
◈ 투자 준비하며 느낀 점
⦁ 처음엔 너나 없이 뛰어드는 일본 증시의 '밝은 면'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장이든 투자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다음엔 불확실성이 큰 일본 증시에서 살아남을 '종목'을 분석해봐야겠습니다. 과연 '바잉 재팬'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은 '굿바이 재팬'을 꾀해야 할 때일까요?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김민주·이지은 서경대 금융투자연구회 학생
per01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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