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ye] "빨대는, 흠집내기였다"…이선균, 조각난 진술 (종합)
[Dispatch=김소정·정태윤·김다은기자] 이선균이 죽었다.
경찰은 그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수사 절차에 문제없었다. 시간을 끌지 않았다." (인천경찰)
하지만 시작부터 문제였다.
2023년 10월 18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수사 1팀)가 사건 진행 보고서를 올렸다. <유명 연예인 및 강남 상위 1% 유흥업소 종사자 등 마약류 투약 사건 수사> 계획이었다.
대상자는 8명. 이선균(48세), 김OO(29세), 이OO (26세), 황OO(35세), 한OO(28세), 정다은(30세), 전OO(29세), 유OO 등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사건의 출발점은, '술집 마담' 김OO. 경찰은 김 씨에 대한 마약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선균'의 이름을 건졌다. 그야말로,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선균은 23년 불상일시경 서울 동대문구 소재 김OO 주거지에서 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했다."
"김OO 등 7명은 23년 6월 20일 17시경 서울 강남구 소재 'G업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
경찰은 제대로 내사도 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예를 들어, 한OO는 23년 6월 (3년째) 수감 중이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 없이 몸집만 부풀렸다.
2023년 10월 19일. 이니셜 기사가 터졌다.
경기신문은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사건 진행 보고서가 올라간 지 하루 만에, 옆(언론)으로 샜다.
"관계자는 강남 유흥업소 수사 중에 유아인 급의 연예인 정보를 확보했다.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 단, 아직 L씨의 범죄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기신문)
내사란, 그야말로 '풍문'을 체크하는 수준이다. 첩보를 바탕으로 신빙성을 검토하는 과정. 즉, 이선균 이름이 공개될 단계가 아니었다.
심지어, 경찰은 당시 김OO에 대해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김 씨에 대한 최초 피의자 신문은 10월 19일에 이루어졌다.)
인천경찰은 10월 18일, '술집 마담' 김OO을 체포했다. 그는 마약 전과 6범. 동시에, 이선균을 협박해 3억 원을 뜯어낸 공갈 사건의 피의자다.
김 씨는 누구든 팔아야 했다. 전과자 은어로, '공적을 얻는다'고 한다. 경찰은 누구든 잡아야 했다. 경찰 용어로, '실적을 쌓는다'고 말한다.
이선균은, 김 씨의 '공적'과 경찰의 '실적' 사이에서 희생됐다. 그도 그럴 게, 경찰은 그의 입만 바라봤다.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기 위한 노력은?
(경찰의 김OO 의존은 이미 지디 사례로도 확인됐다. "지디가 화장실에서 비틀거리면서 나왔다"는 말에 지디를 마약 혐의 피의자로 몰고 갔다.)
2023년 12월 26일.
JTBC는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진술>이라는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경찰 소스(진술서)를 활용한 뉴스였다.
"경찰은 유흥업소 실장으로부터 '이 씨가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하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선균 씨는 '수면제인 줄 알았다'고 반박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JTBC)
이선균은 이날 오후, 인천경찰청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마약 혐의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우연일까. 이선균이 "진술의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경찰발 뉴스가 터졌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이미 수차례 반복됐다.
11월 24일에도, 그랬다. 겨드랑이털이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무리한 수사로 질타를 받았다. 그날 저녁, KBS는 김OO와 이선균의 녹취록을 단독으로 냈다.
이선균은 적어도, 이날 오후까진 의지가 있었다. "진위를 가리자"며 거짓말 탐지기도 제안했다. 그러나 '전후사정'이 생략된 조서는, 그를 무너뜨린 계기가 됐다.
'디스패치'가 이선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확인했다.
"김 씨에게 '왜 코로 약을 먹냐? 이상한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코로 하는 게 효과가 빠르다. 오빠도 궁금하면 해봐'라고 말해서… (김 씨) 친한 의사 오빠가 처방해 준 수면제라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경찰의 3차례 조사는 김OO의 진술을 되묻는 수준이었다. 머리카락, 다리털, 심지어 겨드랑이털까지 음성으로 판정,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김OO은 이미 9월, 마약 투약으로 협박을 받고 있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우선, 김OO, 이OO, 신OO 등이 얽혀있다. 이OO은 김 씨와 함께 일하는 '업소' 동생. 신OO은 이 씨의 남자친구다.
신 씨는 여자친구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김 씨에게 연락해 "경찰에 알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실제로, 인천서에 신고했다.
김OO은 신 씨의 입을 (돈으로) 막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돈 많은 예술가, 전OO을 협박했다. 그러나 전 씨가 먼저 자수를 하는 바람에 실패.
김 씨는 다음 타깃으로 이선균을 골랐다.
김OO은 '이선균이 자신의 마약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디스패치'가 입수한 김OO과 지인의 카톡 대화를 보자.
지인 : 해커가 뭘 알고 있는지.
지인 : 언니가 뽕하는 걸 말해봤자
지인 : 이선균은 타격은 없잖아
김OO : 엉
지인 : 굳이 자극하지 말고
김OO : 그건 그랭
김OO : 선균 오빠한테 선수 쳐서
김OO : 나 해킹당해서 협박당하고있어서
김OO : 이미 오천 뜯겼다 이럴까?
지인 : 아니 아니. 제발 제발.
김OO : 쟤(해커) 어쨌든 정다은 무린데
김OO : 돈 뜯어낼라는 거네
김OO : 난 한 푼도 안 줄거임
김OO은 정다은을 해킹범으로 추정했다. 그는 "정다은이 해킹을 배웠다. 정다은 무리(?)가 내 폰을 해킹해 협박을 한다"며 주변에 말했다.
김 씨는 이선균에게도 '정다은'을 언급했다. "내 핸드폰을 해킹했다"면서 "오빠와 나눈 문자와 음성을 폭로하려 한다"며 이선균을 압박했다.
'디스패치'는 정다은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가 보낸 답변.
"제가 코딩을 독학해서 어플을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김OO이 나를 해커라고 망상한 거 같은데 ㅋㅋㅋ 해킹했으면 부자 되었지. 저는 XCODE 켜놓고 앱 개발한 죄 밖에 없어요."
"다들 뽕하면 성적인 것에만 꽂히는데 (저는) 앱 개발에 꽂힌 게 잘못됐네요. 진짜 개웃긴데 억울함ㅋㅋㅋ 그러고 전 8월 11일에 체포돼 핸드폰 압수당해서 협박을 할 수가 없었어요. 아쉽게도…"
김OO이 해킹을 호소할 무렵, 정다은은 교도소에 있었다.
김OO의 9월은 바빴다.
하루는, 탈색을 했다. 경찰 수사에 대비했다. 밤에는 간이 키트로 스스로 마약 검사를 했다. (그래도, 대마는 양성이 나왔다.)
다른 하루는, 이선균을 압박했다. 문자를 보내고, 녹취도 했다. "행동에 옮기는 무서운 애들 같다"며 돈으로 막자고 보챘다.
(김OO은 아이폰을 쓴다. 그는 제3의 폰으로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
그 사이, 김OO은 협박 액수를 고민도 했다. 아래 대화를 보자. 김OO=해킹범=협박범, 1인 3역으로 추정된다.
김OO : 나 쉬어야 하니까 3억 받아야지.
지인 : 3억 받고 (해킹범에게) 안주게?
김OO : 응. 한 달 잠수
지인 : 근데 (해킹범에게) 안주면 이선균은 뭐가 되는거야?
김OO : ㅂㅅ 되는거지.
지인 : 언니가 3억 먹고 튀면 오빠가 고소하겠지
김OO : OO언니가 3억 양아치래. 5천만 받으래. 조까고 있네.
지인 : 1억만 해결해 달라해. 걔(해커)가 원한 건 3억이 아니라 1억이었다고.
김OO : 나보고 OO언니가 3억 양아치래. 5천만 받으래.
지인 : 내가 말했자나
김OO : 조까고 있네
2023년 9월 22일. 김OO가 이선균 측으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 "그 돈을 협박범(해커)에게 전해주겠다"며 각서도 썼다.
"향후 어떤 형태의 문제 제기도 하지 않으며, 추가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관련자들에게 일체의 접촉과 연락을 하지 않고, 어떤 내용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김OO)
그리고, 먹튀.
김OO은 이선균 측에 "해킹범이 쫄보라서 돈 받는 자리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해킹범이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다. 별다른 자료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태도를 바꿨다.
10월 13일, 또다시 협박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5,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선균 측은 김OO의 지인에게 5,000만 원을 전달했다. 그 지인은 현재 공범으로 체포됐다.
김OO은 마약 전과 6범이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건, 공적을 쌓는 것. 경찰도 알고 있다. 이선균에게 보낸 문자가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
그럼에도 경찰은, 김OO의 진술을 수사의 구실로 삼았다. 물론 그의 말을 다시 확인할 필요는 있다. 단, 피의자 흠집내기로 활용해선 안됐다.
"나도 너 좋아해"라는 음성이 공개될 필요가 있을까. 맥락 없는 멘트는 증거가 될 수 없다. 게다가 마약 혐의와 무관한 성질의 대화다.
"이선균이 빨대로 수면제를 흡입했다"는 진술의 가치는? 이선균은 지금 '대리 처방' 혐의를 받고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미 음성이다.
이선균은 마약 사건 피의자인 동시에, 협박 사건 피해자다. 그러나 대중은, 마약만 기억하지 않을까. 빨대가 음성 판정까지 빨아 당겼다.
2023년 12월 27일, 이선균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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