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하마스 제거 이스라엘 목표 비현실적 비판 커진다”[이-팔 전쟁]

강영진 기자 2023. 12. 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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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0년은 전쟁해야 할 것”
하마스 뿌리는 “이스라엘 불법 점령”이라는 신념
지도자 소멸 땐 신속 대체하도록 조직 만들어져
[라파=AP/뉴시스] 팔레스타인 보건 종사자들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넘겨받은 가자지구 북부 희생자들의 시신을 26일(현지시각) 남부 라파 집단 매장지에서 하역하고 있다. 2023.12.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전쟁의 목표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이스라엘 안팎에서 그같은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표인 오사마 함단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자신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만이 하마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최종 목표를 보다 분명히 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하마스의 완전 파괴? 그게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그렇다면 전쟁이 10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1987년 등장 이래 지도부 제거 시도 여러 차례 극복

1987년 처음 등장한 하마스는 지도부를 제거하려는 여러 차례의 시도를 이겨냈다. 정치, 군사 분석가들에 따르면 하마스의 구조 자체가 그런 위험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초토화 작전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감을 일으켜 하마스 가담자가 늘어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다시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군사 능력을 제거하는 정도가 이스라엘의 목표 최대치일 것으로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점거하고 있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믿음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본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믿음이다.

국제위기그룹(ICS)의 타하니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선임 분석가는 “그런 맥락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식으로든 하마스는 존재할 것이다. 그런 조직을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 하마스 전투원 2만5000~4만 명 가운데 약 800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약 500명이 투항했다고도 했다. 하마스는 이들이 모두 전투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완전 장악이 임박했다고 밝히는 등 낙관적 전망을 수시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4일 인정했듯이 이틀 동안 15명의 군인이 전사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도 가자 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거의 매일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전 이스라엘 고위 정보 장교 출신인 미카엘 밀슈테인은 하마스가 붕괴 직전에 처했다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을 비판한다.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는 “하마스가 붕괴하고 있다는 말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힘든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 현상 수배가 하마스 제거 어려움을 반증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 지구에 하마스 지도자들 체포 현상금을 내건 전단을 뿌렸다. 전단은 아랍어로 “하마스가 힘을 잃고 있다. 계란도 익히지 못한다. 하마스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계란도 익히지 못한다”는 구절은 힘이 없다는 뜻의 아랍어 속담이다.

야햐 신와르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에 걸린 현상금은 40만 달러(약 5억2000만 원) 하마스 군사 조직 카삼 여단 책임자 모함메드 데이프 현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이다. 데이프는 가장 오래도록 암살대상이었지만 건재하다.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10년 전 찍은 얼굴 모습 뿐이다.

현상금을 건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증한다.

하마스 최상위 지도자들은 터널 깊숙한 곳에 인질 및 전투원들과 함께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터널 1500곳을 제거했다고 밝히지만 전문가들은 터널 시설이 전반적으로 온존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 지구의 터널은 15년 동안 구축돼 수백 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에 대한 책을 펴낸 타레크 바코니는 “하마스가 실제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잘 견뎌내고 있다. 아직 군사 공격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장인 기오라 에일란드 이스라엘군 예비역 중장은 하마스가 전사한 지휘관을 같은 능력과 열정을 가진 지휘관으로 신속히 대체할 수 있음을 과시해왔다고 밝혔다.

전사한 지휘관 유능하고 열정 갖춘 사람으로 신속히 대체

그는 “전문가로서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마스의 군사 능력은 물론 가자 지구를 이끌어가는 정치적 능력이 붕괴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1928년 이집트에서 종교개혁을 주도한 이슬람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폭력적인 이슬람 성전을 주도한 단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견제하기 위해 하마스의 확대를 용인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92년 처음으로 하마스를 해체하기 위해 지도자 및 지지자 415명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완충지대로 강제 추방했다. 이들은 가자 지구로 귀환하기 전 몇 달 사이에 레바논의 강력한 헤즈볼라 민병대와 동맹을 맺었다.

하마스의 정치 및 군사, 종교 지도자들의 암살을 노린 이스라엘의 시도가 여러 번 실패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2006년 가자지구에서 실시된 자유선거에서 승리한 뒤 온건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무력으로 축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의 가자 전쟁을 포함해 2008년 이후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를 공격하는 전쟁을 세 차례 벌여 왔다.

하마스 군사조직 카삼 여단은 활동 방식이 교묘해 조직이 일부 파괴되더라도 계속 활동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카삼 여단은 가자 북부와 가자 시티, 중부, 남부의 칸 유니스와 라파 등 5개 지역에 각각의 여단을 배치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당국자에 따르면 가장 전투력이 강한 부대가 북부 여단 2곳이며 두 여단 병력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당국자는 이들 중 절반 가량이 사살되거나 부상, 체포, 남쪽으로 도주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1차로 하마스 정부를 해체하고 전투 부대를 해체하고 지휘관들과 측근 심복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에 대한 책을 펴낸 이슬람형제단 소속 팔레스타인 언론인 아잠 타미미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 지도부가 사살되거나 체포되거나 추방될 경우에 대비해 지휘권을 쉽게 넘길 수 있는 메카니즘이 있다”고 했다.

카삼 여단은 대대들로 구성되며 각 대대는 마을을 수비하는 소규모 부대들로 구성된다. 그밖에 대전차 전투를 담당하는 대대와 터널 건설 대대 드론과 파라글라이드 대대 등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대대들이 있다.

이스라엘군 하마스 완전 제거 위한 전투 능력 못 갖춰

군사 전문 연구소 제인의 중동 전문가 엘리어트 채프먼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모든 도로와 주택 단위로 전투를 벌여야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그럴 만한 시간도, 병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압박이 소강상태가 되면 이들이 곧바로 재기하곤 했다. 가자 전쟁이 10년 전 이라크 모술을 점령했던 이슬람국가(SI) 제거 작전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와 철저히 결합돼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무장투쟁을 거부하는 주류 팔레스타인 분파에 대한 반발을 토대로 성장한 조직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인정하길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제거를 공식 목표로 삼고 있다.

2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팔레스타인 젊은 세대의 급진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크다.

일부 가자 지구 주민들이 하마스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자 주민들은 여전히 “항전”을 지지하며 하마스는 학교와 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 왔다.

팔레스타인 정책 및 조사 연구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했다.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전쟁 전 38%에서 42%로 증가했다.

대규모 전쟁 피해가 젊은 세대 급진화 초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은 최대 하마스를 억제하는 것 이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하마스를 해체하는데 성공할지라도 서안지구와 레바논, 튀르키예 등 해외에 지부가 남아 있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중동 대테러 전문가인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마르크 폴리메로풀로스는 “하마스 조직이 위협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최선이다. 모두를 사살한다는 전략은 성립할 수 없다. 종전 뒤 상황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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