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발견된 '훈 할머니', 그는 일본군 위안부였다 [꼬꼬무]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996년, 사업차 캄보디아 오지 마을을 찾았던 기연 씨는 젊은 캄보디아 여성 싯나를 우연히 만난다. 대화를 나누던 중, 기연 씨가 한국인이라는 말을 들은 싯나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그랜마 꼬레!"
싯나의 할머니도 한국인이라고 했다. 당시 우리나라와 캄보디아는 20년째 외교관계가 단절돼 있던 상태. 민간인 교류가 드문 시대인 데다가, 도심도 아닌 캄보디아 오지 마을에 한국인 할머니가 있다니 믿기 힘들 정도로 이상하다.
"싯나, 다음에 할머니 모시고 같이 와 봐요."
기연 씨와 친구 광준 씨는 싯나의 할머니를 마주한 순간,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할머니의 캄보디아 이름은 ‘훈’. 훈 할머니의 첫인상은 누가 봐도 캄보디아 토박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짧게 자른 머리, 두꺼운 안경 뒤로 보이는 큰 눈. 심지어 훈 할머니는 한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국과 관련된 기억은 성을 뺀 이름과 희미한 고향 지명뿐, 그런데도 자신이 끝내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훈 할머니, 훈 할머니는 정말로 한국인이 맞을까?
자신이 캄보디아 오지 마을에 살게 된 이유를 힘겹게 고백하기 시작한 훈 할머니, 그 사연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할머니가 캄보디아에 온 시기는 1942년. 17살 무렵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왔다고 했다. 할머니는 해방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였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했던 시간 속에서 할머니의 기억엔 자신의 한국 이름 나미와 그리운 고향 지명 진동만이 남았다.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나고 싶어. 좀 도와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두 친구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국에 진동 지명을 가진 마을에서도 할머니의 가족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훈 할머니의 가족은 나타나지 않고, 17살에 한국을 떠났다면서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 한다는 할머니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갔다.
"보상금 받아내려고 연극하는 거 아니야?"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 할머니는 스스로를 증명하고 그리운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
1997년 7월,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선 훈 할머니. 마침내 55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직접 고향과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할머니는 기자들 앞에 서자 삐뚤빼뚤하게 직접 한글로 쓴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내 이름은 나미 입니다. 혈육과 고향을 찾아주세요."
할머니가 기억하는 고향 진동은 어디일까?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마산시 진동면을 방문한 할머니의 눈이 반짝인다. 어릴 때 뛰어놀던 시냇가와 앞산의 절. 모든 풍경이 할머니의 고향이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할머니의 가족은 나타나질 않는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커다란 가마솥을 보며 무심코 기억 한 토막을 떠올리는 할머니. 그리고 이 말 한마디를 단서로 또다시 할머니 가족을 찾아 나선 기자가 있었다.
과연 훈 할머니는 그리운 가족과 만날 수 있을까? 평범한 삶은 잃었지만, 고운 심성과 미소는 평생 잃지 않았던 훈 할머니의 그날 이야기를 장트리오가 전한다.
엘리트 개그맨의 대명사, 꼬물이 서경석이 또 한 번 장도연의 친구로 꼬꼬무를 찾았다. 서경석은 감출 수 없는 개그본능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밝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너무 화가 난다’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로는 ‘국민 엄마’ 배우 김미경이 자리했다. 최애 프로그램으로 꼬꼬무를 외친 그녀는 이야기가 시작되자, 한 사람이 겪어야만 했던 수많은 비극에 깊은 연민을 느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김미경을 충격에 빠트린 한 장의 지도. 말문을 막히게 한 지도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뮤지컬 배우 배다해. 꼬꼬무 첫 방문에 어색함은커녕, 동갑 친구 장성규의 이야기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게다가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28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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