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치료 내년 3월 간·췌장·폐암 등으로 확대”

최영철 기자 2023. 12.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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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이익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센터장

“회전형치료기 3월 가동 후 치료 암종 10개로 순차 확대”
“회전형 2대 동시 가동은 단일 기관 세계 최초”
“고정·회전형 모두 가동 시 하루 50명, 한 해 1000명 치료”

올 4월부터 고정형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해 전립선암 치료를 시작한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내년 3월부터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가동에 들어가 치료 적용 암종을 기존 전립선암에서 폐암과 간암 등 10여 개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보유한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치료기 1대와 회전형치료기 2대로, 고정형치료기를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는 4월부터 시작했다. 연세암병원이 전 세계에서 16번째, 국내에선 처음이었다.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는 단일 기관은 전 세계에서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뿐으로, 내년 3월에 이어 9월 회전형치료기 2대가 동시 가동에 들어가면 보다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회전형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360° 방향 가운데 최적의 방향을 선택해 암세포를 타격하기 때문에 정상 장기 보호와 암세포 조사 정확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측은 "회전형치료기 첫 치료 후보 암종은 췌장암, 간암, 폐암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과 수술이 어려운 암뿐만 아니라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 등 난치성 암 치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내년 3월 회전형치료기 첫 가동과 관련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익재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센터장(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과장)을 직접 만나 그에 대한 답을 구했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의 우수성

중입자치료에 대해 설명해달라.

"중입자치료는 '탄소원자’를 싱크로트론이라는 원자 가속기를 통해 빛 속도의 70%로 가속한 뒤 암세포에 조사해 파괴하는 것이다. 기존 양성자 치료 또한 방사선치료의 일종으로 '수소원자’를 사용하는데, 탄소원자가 수소원자보다 12배 더 크고 무거워 방사선생물학적 살상 능력이 2~3배가량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연세의료원 측은 "이렇게 무겁고 빠른 탄소원자가 체내에 조사되더라도 부작용 걱정은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당 10억 개의 탄소원자가 정상 조직은 지나치고 3D 엑스레이로 설정한 좌표에 따라 정확하게 암세포에서만 터져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라지기 때문. 이러한 중입자의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 하는데, 이를 통해 정상 조직은 보호하되 암세포 사멸력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중입자치료의 특장점이다.

고정형치료기와 회전형치료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중입자치료기는 조사 방향에 따라 고정형과 회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정형치료기는 환자의 좌우 방향에서 조사가 가능해 전립선암에 특화됐고, 회전형치료기는 360° 어느 방향에서든 조사할 수 있어 대부분의 고형암 치료에 알맞다. 특히 연세암병원이 보유한 회전형치료기는 타 국가의 회전형치료기보다 크기가 작아 무게도 가볍다. 일례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 회전형치료기의 60% 정도 크기다. 연세암병원이 최소한의 공간에 회전형치료기 2대를 설치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회전형치료기로만 치료 가능한 암이 따로 있나?

"회전형과 고정형 둘 다 모든 암종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연세암병원은 고정형을 전립선암에 특화해 사용하고 있다. 이 외의 모든 암종에는 회전형치료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회전형치료기가 여러 고형암 치료에서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는?

"첫 치료 암종인 췌장암, 폐암, 간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난치암으로 알려진 것이 공통점이다. 중입자치료는 물리적, 생물학적 장점을 이용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일본과 유럽의 임상 결과들을 보면, 중입자치료가 이들 고형암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보고가 많다. 우리도 임상 연구와 환자 치료 경험을 쌓아 수술 등 기존 치료법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난치암 치료의 대안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회전형치료기 2대를 내년 3월에 동시 가동할 수 없는 이유는?

"회전형치료기는 중입자 조사 빔을 여러 각도에서 쏘아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치료기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중입자치료 전립선암 환자 "매우 만족"

올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고정형치료기의 전립선암 치료 성과는?

"첫 치료 환자는 현재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11월 말 기준 136명이 치료를 완료했는데, '치료 과정 중 통증이 없었을 뿐 아니라, 치료 시간이 짧은 것이 좋다’는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연세의료원 측은 이와 관련해 "첫 치료 환자의 경우 치료 과정을 모두 마치고 진행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암세포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는 7.9ng/ml에서 0.01ng/ml 미만으로 떨어졌다. 치료 과정에서 전체 환자의 만족도와 편의성도 높았다. 치료에만 걸리는 시간은 1회당 2분 내외로 작은 통증조차 없었으며, 12회의 전체 치료가 한 달이 채 안 돼 모두 끝났다"고 밝혔다.

고정형치료기와 회전형치료기의 치료 횟수는 어떻게 다른가?

"고정형치료기와 회전형치료기는 적용 암종이 다르다. 전립선암은 고정형으로, 췌장암 등은 회전형으로 치료하는 식이다. 회전형의 경우 중입자를 다양한 방향에서 조사하기 때문에 치료 시간이 다르고, 질환마다 횟수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회전형을 포함해 총 3대의 중입자치료기가 모두 가동되면 치료 환자는 몇 명쯤 될까?

"하루 50명, 한 해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전형치료기 첫 치료 후보 암종으로 췌장암, 간암, 폐암을 선택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유가 뭔가?

"치료를 위한 세팅 과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인 췌장, 간, 폐 등에 생긴 암에 대해 준비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고형암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1994년 중입자치료를 시작해 현재도 가장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22년까지 1만40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최다 치료 암종은 전립선암(30.5%), 골연부육종(10.1%), 두경부암(9.7%) 순이며, 난치암으로 꼽히는 폐암(8.1%), 췌장암(6%), 간암(5.2%)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에서의 눈부신 치료 성과

일본에서 회전형치료기를 활용한 췌장암, 간암(간내담도암 포함), 폐암(간질성 폐암 포함) 등의 고형암 치료에 있어 국소제어율 등에서 큰 성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局所)를 타깃으로 하는 중입자치료에서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QST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일본 군마대학병원에서 치료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은 92.3%에 달했다. QST의 임상 연구에서는 5년 국소제어율이 81%를 기록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은 68.3%로 높았다. 간내담도암의 2년 국소제어율은 67.3%, 2년 생존율은 45.3%다."

한편 일본에서 회전형치료기를 이용한 척추골육종암, 두경부암 치료 성과와 관련해 연세의료원 측은 "중입자치료를 받은 척추골육종암 환자 48명의 5년 국소제어율이 79%, 5년 생존율은 52%로 기존 치료를 통한 생존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근육, 신경 등 연부조직에 발생한 골육종암 환자 61명의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은 각각 84%, 88%에 달했다"고 밝혔다.

두경부암 등에서도 일본에서 치료 성과가 좋다고 들었다.

"두경부암 중에서도 비부비동 또는 두개저를 침범하는 점막흑색종이나 선양낭성암종 등은 수술로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중입자치료를 한 결과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이 각각 80%, 75%에 달했다."

회전형치료기 환자 선택 기준은 무엇이고 암종별로 치료 비용은 얼마나 되나?

"환자의 선택은 고정형치료기와 동일하게 전문의 판단에 따른다. 암종별 치료 비용은 현재 논의 중에 있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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