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방점 찍은 이마트 “우린 쿠팡과 다른 길 간다”
● ‘온라인 대전환’ 선언 2년 만에 오프라인 강조
● 덜 자란 온라인에 오프라인 사업까지 ‘흔들’
● 한채양 새판 짜기… “본업 오프라인 사업 집중”
이는 2024 정기 임원 인사에서 3사(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대표 자리에 오른 한채양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3년 11월 한 대표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선언하며 새판 짜기에 나섰다.
3조4000억 원짜리 결단, 이베이코리아 인수
2021년 6월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글로벌(당시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면서 사업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180도 전환하기로 했다. 쿠팡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전통 유통 강자들을 위협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사업 피해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당시 신세계그룹은 취약한 온라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자 이베이코리아 인수라는 결단을 내렸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금액은 무려 3조4000억 원이다. 이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신세계그룹의 '통 큰 베팅'은 그만큼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대한 그룹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이 50%로 확대돼 미래 사업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봤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옥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계열사와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2023년 6월엔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공개하고 토스와 금융 부문 제휴를 맺는 등 혜택 강화에 힘써왔다.
G마켓은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혁신을 통해 '초개인화 메가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80만 곳이 넘는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맡았다. SSG닷컴은 프리미엄 영역을 특화했다. 이마트의 30년 신선식품 취급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고 품질 신선식품을 제공하고 신세계백화점에 기반을 둔 브랜드 유치 경쟁력을 활용했다. 명품·뷰티·반려동물 등 전문 콘텐츠 영역도 확대했다.
오프라인 너마저…
이러한 다각도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사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새다. 또 온라인 사업에 힘을 쏟는 사이 본업인 오프라인 사업의 경쟁력이 주춤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듬해인 2022년 이마트의 별도 기준 순매출액은 15조48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588억 원을 내면서 2.6% 감소했다.이런 추세는 특히 2023년 상반기 두드러졌다. 이해 이마트의 별도 기준 1분기 순매출액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한 3조77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643억 원으로 29.8%나 줄었다. 별도 기준 2분기 순매출액도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0.6% 감소한 3조59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7억 원이 늘어 2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 인적 쇄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9월 전례 없이 빠른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그룹 창사 이래 역대급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인사 폭이 컸다.
당시 만 4년간 이마트와 SSG닷컴을 이끌던 강희석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대표에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선임됐다. 한 대표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이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3개사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한 대표는 그룹 내 전략 및 재무통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경영과 실적 개선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한 대표는 2019년부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아 2020년 709억 원 규모이던 영업손실을 개선해 2022년 영업이익 222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내기도 했다.
점포 매각 중단, 신규 출점 재개
한채양 대표는 핵심 영업 자산이자 주요 성장 동력인 오프라인 점포를 더 확대·강화하겠다고 나서며 강 전 대표의 전략과 완전히 상반된 전략을 내놨다. 한 대표는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의 모든 물적·인적 자원을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쓸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과거 30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유통 환경은 급변했는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위기의식을 가지라고 당부했다.한 대표가 강조한 비전의 핵심은 '본업 경쟁력 강화'다. 그는 핵심 영업 자산의 향후 운용 방안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마트의 영업 기반이자 주요 성장 동력인 점포의 외형 성장 계획을 밝히며 "한동안 중단한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수년간 추진해 온 점포 매각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현재 매각 관련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시 강동구 명일점을 끝으로 더는 점포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이마트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2017년에는 경기 하남점 잔여 부지와 평택 소사벌 부지, 시흥 은계지구 부지와 인천 부평점을 매각했다. 코스트코 지분 3.3%와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과 대구점, 대전점 3개 점이 입점한 이마트 소유 부동산 등 코스트코 관련 자산도 모두 코스트코에 양도했다.
2019년부터 자산 매각 움직임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10월에는 KB증권이 조성한 부동산펀드에 대구 반여월점을 포함한 13개점 토지와 건물을 매각 후 재임대(S&LB·세일앤드리스백)해 9500억 원을 마련했다. 2020년 3월에는 스타필드를 조성하려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지를 매각해 8158억 원을 확보했다.
2021년 4월에는 서울 강서구 가양점 부지를 매각하고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에 경기 남양주의 토지를 양도해 총 7570억 원의 자금을 손에 쥐었다. 같은 해 11월엔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을 매각하면서 1조2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확보했다. 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비롯한 5차례의 대규모 M&A를 진행하며 비어버린 곳간을 다시 채우기 위한 것이다.
한 대표는 기존 점포 리뉴얼 작업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2023년 선보인 더타운몰 연수점·킨텍스점처럼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이마트를 고객들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이마트는 10여 개 점포 재단장에 8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그룹 차원에서는 5년간 2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가운데 이마트 트레이더스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에 1조 원을 쏟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3년 3분기까지 총 12개 점포에 리뉴얼이 진행됐다. 그 결과 이해 2분기와 3분기 전체 고객 수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5%, 5.8% 증가했다.
"온라인 중요해지면 오프라인 덜 중요해지나"
특히 정 부회장은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기본의 핵심은 고객과 상품임을 잘 알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의 위기 대응 역량은 고객과 상품으로부터 비롯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또 한 번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현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마트·스타필드 등 자사 점포는 물론 경쟁사 점포도 수시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5월엔 리뉴얼을 마치고 새로 오픈한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현장 경영 철학과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현장의 취재진에게 "이번 리뉴얼은 큰 실험"이라면서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고객들이 더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리뉴얼 개장 후 추이를 보니 매출이 줄지 않았고 우리의 예상이 적중했다"고 자평하며 오프라인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오프라인 사업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온라인이 중요해진다고 오프라인이 덜 중요해지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온·오프 어디에서나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진화해야 신세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마트가 그대로 두면 영원한 1등일 것 같았던 10년 전부터 제가 계속 변화를 요구해 온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이제 온라인으로 '대전환'하는 대신 온라인을 잘하는 오프라인 회사가 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쿠팡과 이마트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 사업이고, 기본을 충실하게 다지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고 있다. 이마트가 그간의 긴 터널을 지나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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