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내년 상반기 회사채 2.4조 만기 도래…재무부담 커져
태영건설 회사채, 전날 민간평가 대비 3천bp 높게 거래되기도
건설사들이 내년 상반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와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맞물리며 건설업계의 재무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와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는 약 2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건설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는 제외)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오는 2월 말까지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총 1조42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연초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을 등급별로 보면 A급이 약 1조8800억원으로 약 79%를 차지했다. AA급은 1400억원, BBB급은 약 3500억원 수준이다.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조2200억원으로 상반기의 절반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는 아직 확정된 채무는 아니지만 부동산 경기 저하 등으로 사업이 성사되지 않아 돈을 갚지 못할 시 건설사 채무로 확정되는 '우발채무'인 반면, 회사채는 직접적인 채무로 분류된다.
서로 성격이 다른 채무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PF 리스크가 부각돼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지면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전날 과도한 PF 재무 부담으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이 재차 부각되자, 태영건설 회사채(내년 7월 19일 만기)가 전날 한때 민평사들이 적정하다고 책정한 수익률(5.192%)보다 3,00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거래되기도 했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건설업은 이미 올해 험난한 업황을 견뎠으나 내년 전망도 여전히 흐리다.
한국기업평가는 전날 내년도 건설업황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만큼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인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권의 PF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축소로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해 건설사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외형 축소에 따른 현금 흐름 저하, 금융환경 악화에 따른 자금 소요 등으로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강등 압박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한기평과 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 3사 모두 등급 전망을 '부정적'(한기평) 및 '하향검토'(한신평·나신평)로 내려 향후 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올해 아파트 붕괴 사고 이슈가 있었던 GS건설과 과중한 재무 부담에 시달리는 동부건설도 한기평이 최근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 A3+에서 A3로 강등하기도 했다.
앞서 신세계건설 역시 브릿지 PF의 본 PF 전환 지연 및 PF 우발채무 증가 등을 이유로 한신평과 한기평으로부터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간 상태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저하는 결국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을 키워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으나 시공 능력 순위 30위권 내 대형 또는 중견 건설사의 신용도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사들의 PF 보증액이 쉽사리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건설사들은 고금리 타격으로 쉽지 않았지만 내년에도 PF 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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