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vs "쿠르드족 학살"…에르도안·네타냐후 날선 비방전

[이·팔 전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를 자행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르드족을 학살했다며 맞받아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AFPBBNews=뉴스1

2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다르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대인들은 히틀러를 비판해 왔다. 하지만 당신들이 히틀러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며 "네타냐후가 저지른 짓이 히틀러보다 덜한가"라고 방문했다. 이어 "그(네타냐후)는 히틀러보다 풍요로우며 이는 서방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다"며 "유대인은 이 지원을 받아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2만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주의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상대"라고 평가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범죄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양국 간 외교 관계엔 긴장이 더해졌다. 튀르키예는 곧바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후에도 "가자지구의 도살자(butcher)"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히틀러 비유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쿠르드족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신의 통치에 반대하는 언론인을 투옥한 것으로 세계 기록을 보유한 에르도안이 우리에게 도덕성을 설교하고자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 중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도 엑스(옛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 "현실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비열한 학살을 저지른 조직이다.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실존적 필요이자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