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2단 패스페인트… IBK 폰푼, 패배에도 빛났다[스한 이슈人]
[화성=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IBK기업은행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30)가 번쩍이는 모습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모두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다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IBK기업은행은 27일 오후 7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5-22, 20-25, 24-26, 17-25)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2연승이 마감된 IBK기업은행은 승점 28점(10승9패)으로 4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23일 맞대결 2-3 패배를 설욕한 현대건설은 승점 44점(14승5패)으로 단독선두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두 팀은 4일 전인 지난 23일, 같은 장소인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맞대결을 가졌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1,2세트를 압도적인 격차(25-17, 25-16)로 가져가며 현대건설 상대 우위를 점했으나 3,4세트를 집중력 저하로 내주며 리버스스윕(두 세트를 내준 후 나머지 세 세트를 모두 승리하는 경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하지만 5세트에서 IBK기업은행의 주포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홀로 8득점을 작렬하며 올 시즌 현대건설전 첫 승리를 가져왔다. 현대건설은 이날(23일) 패배로 10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곧바로 다시 만난 두 팀, 이날(27일) 경기 전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를 되돌아보며 "공략하고 싶었던 점을 선수들이 잘 해냈다"고 이야기했다.
김호철 감독은 이어 "지난 23일 경기에서는 서브가 좋았다. 그러나 오늘(27일)은 엄연히 다른 경기다.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그냥 이기겠지' 이런 생각은 안 된다. 선수들한테도 이 점을 당부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를 이끄는 폰푼에 대해서는 "좋은 선수"라며 "한국 세터와는 토스 방법이 달라 각 팀의 미드블로커가 폰푼을 읽기 쉽지 않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선수들과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폰푼에 대해 김호철 감독은 "세터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공격수에 맞추는 선수가 있고 자신의 토스에 맞춰 공격수를 끌고 가는 유형도 있다. 좋은 세터는 공격수가 좋아하는 공을 줘야 한다. 폰푼은 공격수에 맞출 때도 있고 자신이 공격수를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폰푼은 이날 경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맘껏 뽐냈다. 1세트 폰푼은 IBK기업은행 주포 아베크롬비의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아베크롬비는 높은 공격성공률(50%)로 폰푼의 기대에 화답했다. 폰푼은 17-14에서 절묘한 2단 패스 페인트도 선보이는 등 좋은 컨디션으로 코트를 누볐다. 1세트 막판에는 미드블로커 최정민을 이용한 중앙 공격도 펼쳤다. 폰푼의 다양한 공격 루트에 현대건설은 제대로 된 수비를 펼치지 못했고 IBK기업은행은 폰푼의 활약을 앞세워 1세트를 가져왔다.
폰푼은 2세트 공격 변화를 가져갔다. 바로 중앙의 최정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동시에 폰푼은 후위에 있는 아베크롬비를 이용한 공격도 종종 유도했다. 황민경이 전위로 올라올 때는 황민경을 중심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폰푼은 14-14에서 포지션폴트를 범하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IBK기업은행은 이후 급격하게 흔들렸고 현대건설에 무려 연속 6득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안정을 찾지 못한 IBK기업은행은 20-25로 2세트를 패배했다.
절치부심한 폰푼은 3세트 1-2에서 절묘한 노룩 2단 패스 페인트를 펼치며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조금씩 현대건설에 우위를 내줬다. 폰푼은 아베크롬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답답하던 공격의 흐름을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대건설은 유효 블로킹으로 아베크롬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폰푼이 날아올랐다. 폰푼은 15-18에서 현대건설 위파위 시통의 공격을 막는 결정적인 블로킹을 작렬했다. IBK기업은행은 이 기점으로 기세를 되찾았다. 아베크롬비와 황민경을 이용한 공격이 살아난 점이 주효했다. 폰푼은 21-22에서 다시 한번 2단 패스 페인트로 현대건설의 허를 찔렀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24-24 듀스에서 아베크롬비의 범실과 위파위의 득점으로 3세트를 아쉽게 내줬다.
운명의 4세트. 현대건설은 경기 초반부터 득점 행진으로 IBK기업은행을 압도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0-3에서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여기서 김호철 감독은 폰푼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끝내 흐름을 되찾지 못했고 폰푼은 1-6에서 김하경 세터와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팀은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그림과 같았던 2단 패스 페인트를 두 차례 선보인 폰푼. 개인 기량은 뛰어났으나 공격 분배에서는 아쉬운 모습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폰푼의 활약은 팀 패배에도 박수 받아 마땅했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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