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수상한데" 광주 출장 온 부산 강력계 형사들의 눈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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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낮 12시15분 광주 북구 운암동 행정복지센터 앞.
식사를 마치고 나온 4명의 경찰관이 길가에 서 있는 60대 어르신과 20대 여성을 보고서 걸음을 멈춰섰다.
광주에 출장 온 부산 금정경찰서 강력1팀 형사들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직감했다.
관할서에 해당 여성을 사기 혐의로 입건시키도록 인계한 뒤 이들은 광주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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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건 수사 위해 광주 찾아…1300만원 피해 막아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뭔가 수상한데?"
지난 7일 낮 12시15분 광주 북구 운암동 행정복지센터 앞. 식사를 마치고 나온 4명의 경찰관이 길가에 서 있는 60대 어르신과 20대 여성을 보고서 걸음을 멈춰섰다.
타 사건 수사를 위해 출장을 온 터라 갈 길이 바빴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처음엔 중고거래라도 하는가 싶어 유심히 봤는데 계속해서 서로 전화기만 건네받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몰고 온 자동차는 옆에 세워져 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차 안을 쳐다보니 두툼해 보이는 쇼핑백이 하나 눈에 띈다.
광주에 출장 온 부산 금정경찰서 강력1팀 형사들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직감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수화기 속 누군가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보낸 직원을 바꿔달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로부터 전화기를 건네받은 20대 여성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쇼핑백을 건네받으려고 한다.
바로 그때, 경찰들이 이들에게 다가가 현장을 덮쳤다.
"저희 부산에서 온 경찰들인데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좀 수상해서요."
전화기를 건네받아 상대방에게 소속을 밝혔다. 금융기관이 맞는지를 확인하려고 하자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린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었다. 전화 유인책이 피해자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계속해서 통화를 이어가다가, 수금책이 근처에 도착하면 전화를 바꿔서 맞는지 확인하고 돈을 건네게 만드는 것이다.
20대 여성에게 "은행 직원이 맞느냐"고 묻자, 방금까지 할아버지에게 'A은행 직원'이라고 주장하던 그녀가 그제야 아니라고 사실을 실토한다.
이 와중에 할아버지는 경찰들을 의심한다. 얼마나 세뇌를 당한 것인지 "경찰이 진짜 맞느냐" 묻는가 하면 "은행 직원을 만나는 중인데 왜 껴드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4명의 경찰관이 각각 피의자와 피해자에게 붙어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할아버지가 여성에게 건네려던 쇼핑백에는 5만원짜리 현금다발로 1300만원이 들어있었다.
이들은 정부 지원 대출을 빙자해 금융기관 직원으로 사칭한 뒤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려던 상황이었다.
경찰들은 관할인 광주 북부경찰서 순찰차를 호출해 20대 여성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관할서에 해당 여성을 사기 혐의로 입건시키도록 인계한 뒤 이들은 광주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했다.
부산 금정경찰서 강력1팀 팀원인 최창환 경위(승진 예정)와 정성훈 경위, 이종호 경사, 윤혁준 경사가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올해 퇴직을 앞둔 강력1팀장 배병진 경감은 타지에서 보여준 팀원들의 활약상을 듣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소감보다는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우려를 당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배 경감은 "금융기관은 절대 만나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나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일반 시민들께서도 이런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범죄의 특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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