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초읽기… 내년 건설업계 자금조달 우려 더 커진다

조은임 기자 2023. 12. 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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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예고되면서 당분간 건설업계가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예상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사들의 PF 보증액은 쉽사리 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내년에도 PF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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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이르면 28일 워크아웃 신청 예고
태영건설 PF 잔액 3.2조… 절반이 미착공
3대 신용평가사, 태영건설 일제히 하향 검토
“내년 PF시장 어려움 장기화될 전망”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예고되면서 당분간 건설업계가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 지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연쇄부도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제 2의 ‘레고랜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르면 이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태영건설은 전날 워크아웃설이 돌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달 중순경 워크아웃설이 돌 때 강력하게 부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조건으로 만기 연장이나 부채 탕감 등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임박한 배경에는 PF대출이 있다. 당장 오는 28일과 29일에 만기가 도래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연장해야 한다. 다음 달 초에도 만기가 대거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조4100억원으로,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지어 분양을 해 돈을 갚아야 하지만 높은 금리와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착공을 하지 못한 현장이 많다. 현재 태영건설이 PF 보증을 선 사업장의 절반 가까이는 미착공·분양 전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태영건설은 고스란히 그 빚을 떠안아야 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1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하향검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도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태영건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단기신용등급 전망은 ‘A2-’에서 ‘A2-/하향검토’로 조정했다. 나신평은 “태영 건설의 PF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부정적인 자금조달 여건으로 차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향검토란 ‘당장 신용등급을 낮추지는 않지만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미다.

현재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인한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이 예상된다. 특히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 발행이나 건설사 보증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의 차환이 어려워 진다는 얘기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일부 건설사들이 일주일짜리 단기 기업어음을 연 30%로 조달하려고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사들의 PF 보증액은 쉽사리 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내년에도 PF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대형·중견 건설사 중에서도 주택비중이 높은 건설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 CP는 A2+(부정적 검토)에서 A2로 내렸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5일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을 PF로 분류 관리하도록 하면서 저축은행을 통한PF대출은 사실상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도 이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2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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