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장'에 난감한 전북은행…설상가상 고팍스 '실명계좌' 리스크까지
'FTX 사태' 영향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고팍스, 바이낸스 리스크도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전북은행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관련 리스크관리 강화를 요구하면서 고팍스의 VASP 변경 요청건의 수리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고팍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운영 중인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에서도 배제 조치됐으며,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소속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DAXA)로부터 위믹스 재상장으로 인한 3개월 의결권 조치까지 받는 등 점차 거래소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일각으로부터 내년 12월로 예정된 고팍스의 VASP 갱신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전북은행에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리스크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경영유의사항 1건을 비롯해 의심거래 보고 업무 운영 불합리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선사항 6건을 전달했다.
당국이 전북은행 측에 보낸 '경영유의사항 등 공개안'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북은행 측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고팍스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공개안을 통해 "A(고팍스)의 주요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은행 사전동의 등 양자간 계약 등에 근거한 통제 수단이 부재하다"며 "현재 A는 자본잠식 등으로 내규에 정한 위험평가 필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이며 향후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은행이 A 명의로 보관 중인 고객 예치금의 손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A의 재무구조 개선계획 및 확약서만으로는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전북은행 측에 △의심거래 보고 업무 운영 불합리 △고객확인 및 고객 위험평가절차 미흡 △해외점포 자금세탁방지 업무 관리 미흡 △RBA(위험기반접근법)에 의한 위험평가 업무 미흡 △신상품에 대한 사전위험평가 체계 불합리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평가 내규 불합리 등 6건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 고팍스 내년 12월 VASP 갱신도 불투명…"금감원 경고장, 갱신에 부정적"
금융당국은 올해 2월 고팍스가 신청한 VASP 변경 신고 신청건을 10개월 여가 지난 시점까지도 이례적으로 수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최근 전북은행에 주의를 요구한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업계에서는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 신청건에 대한 수리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또한 내년 12월로 예정된 VASP 갱신도 전망이 어둡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VASP 갱신 기간은 해당 가상자산사업자가 VASP 신고 수리증을 교부받은 날짜로부터 3년을 기한으로 하는데, 고팍스는 지난 2021년 12월9일 VASP 신고 수리증을 교부받았다. 즉 고팍스의 VASP 갱신 데드라인은 내년 12월9일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당국은 (가상자산) 시장 내 플레이어수를 늘리고 싶지 않아 한다"며 "이 같은 당국의 기조가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고팍스 VASP 갱신에 충분히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고팍스가 실명인증 계좌 유지 관련 전북은행을 잡아두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굉장히 불안정한 경영 상황을 고팍스가 해결하지 못한 상태가 유지된다면 전북은행 측에서도 실명 계좌 발급을 유지해주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내년 8월 고팍스와 계좌 계약 끝나는 전북은행…"새로운 거래소 찾을 수도"
앞서 2021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VASP 신고 수리를 받은 고팍스는 다음해인 2022년 2월 전북은행과 6개월 단위의 실명 계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이어 5번째 원화마켓 거래소로 등극한 고팍스는 그해 8월 전북은행과 2년 단위의 실명 계좌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당시 길어야 1년 단위로만 실명 계좌 계약을 했던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도 했다.
전북은행을 등에 업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고팍스지만, 지난해 11월 'FTX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팍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팍스는 미국 가상자산 운용사 제네시스캐피탈에 고파이 이용자의 자산 운용을 맡겼는데, FTX 사태로 인해 제네시스캐피탈이 파산하자 고파이에 묶인 고객의 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이에 지난 2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회사를 매각, 바이낸스가 고파이 자금을 지급해주는 방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3월에는 바이낸스 측 인사로 고팍스 대표를 변경하고 변경신고서를 제출하며 재도약을 희망했으나, 계속해서 변경신고 수리가 지연되면서 지난 10월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시티랩스 측 국내 인사로 대표를 교체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당국은 바이낸스의 진입을 이유로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수리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내년 8월 전까지 고팍스와의 실명 계좌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전북은행 측도 난감해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팍스 리스크관리 강화 요구서까지 받은 마당에 고팍스의 내부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인마켓거래소 중 원화마켓 거래소 등록을 희망하는 국내 거래소들도 즐비한 상황"이라며 "고팍스의 상황을 고려하면 전북은행이 새로운 거래처를 찾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고팍스가 일부 가상자산에 한해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지난달에는 위믹스를 상장하면서 공격적인 거래소 운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대표로 교체까지 하고, 지분까지 국내 회사로 넘기는 작업 등 고팍스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바이낸스와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이 큰 리스크"라며 "바이낸스가 미 당국에 벌금을 내기로 했다지만 이는 국내 금융당국에 지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는 리스크 해소라고 해석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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