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 '몰오브케이' 펀드, 내년 초 채무불이행 위험…투자자 보호 총력
근처 대형몰 공실 '장기화'…시장 임대료 하락
대출이자 감당 어려울 수도…자산매각 '난항'
이지스, 후순위대출 모집…신규 임대차 '진땀'
대주단 협의·자산매각 추진…투자자 보호 총력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몰오브케이’(건대CGV)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가 내년 초 채무불이행(EOD)에 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건대입구역 상권이 아직 코로나19 전으로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데다 공실 장기화, 시장 임대료 하락 여파로 대출이자를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후순위 대출 모집, 신규 임대차 계약체결 등으로 펀드의 현금흐름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대주단과의 협의 외에도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투자자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근처 대형몰 공실 ‘장기화’…시장 임대료 하락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이하 이지스194호)는 내년 초 채무불이행(EOD)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지스194호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9-4번지 ‘몰오브케이’(건대CGV)에 투자한 펀드다.
펀드는 지난 2018년 6월 26일 최대 설정액 208억원을 채우며 완판했다. 매입금액(561억원), 취득부대비용(33억4600만원) 등을 포함하면 투자에 필요한 총 금액은 596억2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지스194호 운용보고서(올해 7월 1일~9월 30일)를 보면 최근 1년 수익률은 -12.88%로 손실을 냈다. 최근 3년 수익률은 -9.38%, 최초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3.59%다.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데다 건대입구 상권 침체 등으로 공실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된 영향이다. 자산 전체의 공실률은 지난 9월 말 기준 37.6%로, 작년 6월 말 기준 공실률(37.58%)과 큰 차이 없다. 지금도 1~2층 상가에는 공실이 많다.
게다가 해당 자산의 임대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임차인 CJ CGV의 임대차기간은 오는 2033년 1월까지다. CGV와의 임대차기간이 끝날 경우 공실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
이지스자산운용은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 8월 25일 지하 1층 전체 면적에 대한 장기 임대차 계약 △지난 9월 11일 1층에 대한 단기 임대차 계약 △지난 9월 15일 3층에 대한 단기 임대차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회사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임대차 마케팅 및 계약 협의를 진행해서 공실 해소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다.
다만 향후 공실률이 개선돼도 대출이자 등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시장 임대료 하락, 건대입구 근처 대형몰 등 경쟁 상업시설의 공실 장기화 때문에 적극적 신규 임대에도 최근 급격히 상승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만으로는 펀드 운용에 필요한 필수 비용 및 대출이자 재원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펀드 운영상 누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현금흐름을 토대로 추정할 때 내년 초 대출이자 재원 부족에 따른 대출약정상 채무불이행(EOD)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EOD가 발생할 경우 대주(자금을 빌려준 사람)가 해당 자산에 대해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투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건대입구 상권 침체로 목표치보다 낮은 임대료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운영수익 하락으로 매각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담보권 실행’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채무 이행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자가 채권 회수를 위해 담보 물건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를 포함한다.
설상가상으로 자산 매각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해당 펀드의 신탁계약기간과 자산의 담보대출기간을 각 2년씩 연장했다. 또한 자산에 대한 상시매각을 계속 시도하면서 다수 부동산 컨설팅 자문사를 통해 잠재 매수희망자를 발굴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고금리로 국내외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고, 건대입구역 상권도 침체돼 목표가격 수준에 자산을 조기 매각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20일 및 지난 10월 18일 매각공고를 게재하고 경쟁입찰 절차를 진행했지만 입찰기한일인 지난달 30일까지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후순위 대출 모집, 신규 임대차 계약체결 등으로 현금흐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대주단과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펀드 자산 안정화 및 투자자들 이익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자 재원 부족에 따른 EOD 사유 발생을 막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의 이자를 후취로 변경하는 부분을 대주단과 적극 협의하고 있다.
‘후취’란 대출을 받고 대출금을 사용한 후 이자를 납입하는 방식이다. 주로 1개월 단위로 이자를 납입하며 가계대출에 많이 적용된다. 반면 ‘선취’는 대출시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먼저 납입하는 방식이다.
또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자산가치를 떨어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잠재 임차인들과 협상하며 임차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산매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매각공고 외에도 추가적으로 매각자문사 에이커트리를 통해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투자자 이익 보호에 가장 적합한 매각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몰오브케이 뿐만 아니라 건대입구 근처 대형몰 자산의 경우에도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건대입구역 상권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장환경 속에서 자산매각이 성사된다고 해도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최초 투자금 대비 손실(에쿼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자산 매각 관련 (잠재적) 매수자 선정, 상세 매매조건 협의 및 시장환경에 따른 영향 분석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또한 자산의 최종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별도 내부위원회 심의를 거칠 수 있으며, 적시에 상황을 안내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의 집합투자업자로서 투자자들이 겪는 여러 불편 사항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에도 자산 가치 상승과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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