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장 재임 기간 주가 46% 오른 포스코, 17% 내린 KT&G… “백복인 셀프연임·내부세습 막아야”
“백복인 사장 ‘연봉 킹’된 근거 불분명”
백 사장 재임 9년간 코스피 29% 오를 때 KT&G 17% 하락
작년 4분기 쓴 컨설팅 비용 260억 출처 불분명...“어디에 썼는지 밝혀야”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은 재임 기간(6년)에 주가가 46% 올랐습니다. 이미 CEO가 교체된 KT는 53%가 올랐죠.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폭보다 더 높은 상승률입니다. KT&G는 백복인 사장 재임 기간(9년) 주가가 17%가 내렸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9% 상승했습니다. 셋 다 주인없는 회사이지만, 이렇게 주가 향방이 달랐습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이상현 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백 사장 취임 9년간 KT&G의 주가가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KT&G와 마찬가지로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포스코와 비교하면 더욱 최고경영자(CEO)의 역량 차이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와 KT&G는 민영화 후 증시에 상장한 소유분산기업, 즉 주인없는 회사지만 두 회사의 주가 추이는 무척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KT&G에 주주제안을 했던 행동주의 펀드 FCP를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지내는 그는 내년 3월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KT&G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주총에서 FCP는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당시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인적분할) ▲릴 글로벌 전략수립 요청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 환원 ▲거버넌스 개선 등 다섯가지를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으나 이 또한 표 대결에서 밀렸다.
그는 내년 주총을 앞두고 KT&G의 사장 선임 절차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4분기 지출한 컨설팅 비용 260억원의 사용처 공개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와의 전자담배 수출 계약서 조회 요구 ▲해외 사업의 매출 뿐 아니라 영업이익(손실) 공개 등 세가지 주주제안을 놓고 KT&G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내년은 백복인 KT&G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해다. 2015년 KT&G 민영화 이후 네번째 사장으로 취임한 백 사장은 2018, 2021년까지 연임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내년에도 연임을 목표로 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도 관심이 없는 백 사장 같은 사람이 KT&G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재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고,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담배 ‘릴’과 인삼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KT&G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주가 하락, 영업이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백 사장의 3연임을 가능케 했던 이사회를 그대로 둔 채 신규 사장 선임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현재의 이사회는 백복인 사장을 ‘연봉 킹’으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갑자기 개과천선을 해서 공정한 사장 후보 추천을 할까. 백 사장 연임 또는 내부인 세습 둘 중 하나의 답을 정해놓았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사장을 선임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료로 남기기를 요구하고자 한다. 정말 공정했는지, 배임 행위가 있었는지 주주들은 알 권리가 있다.”
―KT&G 측은 ‘상법상 이사회 구성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어서 회기 중 이사회 구성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 사장을 연봉 킹으로 만들었을 때의 근거가 알고 싶다. 공시 자료를 보면 사장의 보너스 산정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주가’도 포함돼 있다. 회사에 보너스 산정 기준에 대해 질의하니,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다’는 답변 뿐이었다. 이번 사장 추천도 그렇게 뭉뚱그려 설명하고 지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기록을 남기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KT&G 사장이 돼야 하나.
“누가 와도 백 사장보다는 잘 할 것이다. 영업이익을 깎으면서 매출을 늘려봤자 무슨 소용인가. (KT&G 매출은 2016년 4조5033억원에서 지난해 5조856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4701억원에서 1조2678억원으로 줄었다.) 축구로 치면 세계적인 명장을 데려와야 한다. 지금은 사외이사 분들이 그럴 생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주가를 올리고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주주와 자리 보전이 중요하다는 경영진·사외이사가 한 팀이다’라는 게 FCP의 관전평이다. 백 사장의 3연임 이후 4연임을 가능케 하는 ‘우선 심사 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고 정말 실망스러웠다.”
―KT&G 이사회가 ‘우선 심사 조항’을 삭제했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우선 심사 조항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놀랍다. 해당 조항을 만든 시점이 2021년 3연임 이후 2022년이다. 3연임도 모자라 4연임을 하려고 초석을 다진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무척 오싹하다.”
(우선 심사 조항’은 지난 7일 KT&G 이사회를 통해 삭제됐다. 이전까지는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해 자격 심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규칙을 없앴다.)
―지난 3월 KT&G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한 내용들이 관철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해외 주주에겐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국내에서 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따라간 듯하다. FCP가 낸 제안이 한두개가 아닌데, 그 중에는 KT&G 주주라면 이견이 없을만한 ‘사장 평가보상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자’와 같은 제안도 있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수탁위원회에서에서 FCP 주주제안에 반대를 했다. 당시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그와 같은 입장을 밝히자 주가가 폭락했다. KT&G의 미래에 필요한 결정이 무엇인지를 반영한 것 아니겠나. 더구나 국민연금은 그렇게 주가가 떨어지고 나서 KT&G 주식을 팔아버렸다. 참으로 ‘이상한 투자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주식을 파니, 장기투자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하기도 어려워졌다.”
―내년 주총은 올해와 어떻게 다른 전략을 구사할 건가.
“올해는 경영진의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좋게 좋게 ‘같이 갑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백 사장에게 만나서 공개 토론을 하자고 했던 것이 그 일환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손을 내밀지 않겠다. 그간의 경영 행태가 잘못됐고, KT&G에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는 데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해 4월 처음 주주제안을 하고 1년 반 가까이 KT&G의 변화를 기다려왔지만, 변화가 없었다.”
―사장 선임 외에 주목하는 이슈는.
“당면한 과제는 올해 10월 회사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정보 공개를 요청한 건들이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회사가 지출한 컨설팅 비용 260억원의 사용처 ▲해외 진출 때 필립모리스와의 15년 장기 계약 요건 공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의 흑자, 적자 여부 등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KT&G가 지출한 컨설팅 비용 260억원은 웬만한 회사 매출만큼 큰 컨설팅 비용이다. UBS의 한 애널리스트가 발견한 내용인데,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다. 지난해 10월 FCP가 KT&G에 했던 주주 제안을 널리 알렸던 시기와 컨설팅 시기가 겹친다.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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