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축복하다…갈릴레이보다 용감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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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5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이 위대한 과학자가 일생에 두번 종교 재판에 회부된 일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과 함께 유명하다.
이런 그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은 갈릴레오가 수천번도 더 혼자 마음 속으로 읊조렸을 한탄이었으리라.
갈릴레오보다 용감한 이들이, 갈릴레오처럼 혼잣말로 한탄하지 않도록 그 곁에서 함께 큰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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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현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5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이 위대한 과학자가 일생에 두번 종교 재판에 회부된 일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과 함께 유명하다. 중세 유럽 사회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믿었기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움직인다는 지동설은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갈릴레오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동설을 정립한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의 이론을 담은 책을 죽음이 임박해서야 출간했다. 논란을 무릅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지동설을 거침없이 주장했던 지오다노 브루노는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갈릴레오는 두 극단적 사례를 피해 자기만의 방식을 택했다. 과학자로서 자신의 관찰 결과를 책으로 발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이 일로 종교재판에 회부된 뒤엔 지동설을 철회하고 앞으론 이런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갈릴레오는 권력자의 비위를 잘 맞추는 처세술의 달인이자 독실한 신앙인으로도 유명했지만 과학이 밝히는 진리를 따르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말년에 또다시 지동설을 주장하는 책을 써서 가택감금형을 선고받고, 교황의 미움을 받아 죽어서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초라한 곳에 묘비도 없이 묻혔다. 이런 그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은 갈릴레오가 수천번도 더 혼자 마음 속으로 읊조렸을 한탄이었으리라.
400여년이 흘러 이젠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지만 쉬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혐오와 편견을 성경 말씀으로 합리화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권력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 곁엔 그 옛날의 갈릴레오보다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핍박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거짓 증언은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다. 진리의 빛을 지키려는 이들이다.
2018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5명은 무지개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정학과 근신 등 징계를 받았다. 2020년에 허호익 목사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책을 썼다는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의 재판국에 의해 면직 및 출교 처분을 받았다.
2023년 12월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가 동성애자를 위한 축복식을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출교시켰다. 이어 총신대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임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내년 2월 졸업예정자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모든 징계가 ‘동성애자여서’도 아니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벌어졌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색출과 사상검증, 잔인한 처벌이 주류 개신교단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제어할 개신교 내부의 동력은 부족하고 광풍이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길은 있다. 갈릴레오보다 용감한 이들이, 갈릴레오처럼 혼잣말로 한탄하지 않도록 그 곁에서 함께 큰소리를 내자. 숨기고 미루어둔 용기라도 있다면 이제라도 더 많이 밖으로 드러내면 된다. 1992년 교황청은 갈릴레오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훗날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까? 한국의 개신교계가 반성하고 사과하는 날이 올까? 의심하는 괴로움 대신 2024년 새해는 이런 믿음으로 맞이할 것이다. 싸우길 포기하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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