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이강인 훨훨' 해외파 전성기 맞은 한국 축구 [ST스포츠결산④]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한국 축구가 축구계 중심인 유럽으로 힘차게 뻗어가는 한 해를 보냈다.
2023년 한해 동안 한국 축구는 해외파 선수들이 흥미로운 눈요깃거리가 됐다. 이미 아시아 최고 스타로 떠오른 손흥민(토트넘), 그 뒤를 이어 세계적인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차세대 한국 축구의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이적시장을 통해 더 큰 무대로 향했다.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은 이번 시즌 지난 부진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1-2022시즌 리그 23골로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터트렸던 손흥민은 2022-2023시즌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는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대까지 올랐다.
더욱이 시즌 내내 스포츠 탈장으로 인해 고생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며 많은 안타까움을 사기도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던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났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며 변화를 맞이했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받으며 대표팀에 이어 토트넘에서도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떠맡게 됐다.
시즌 개막 후 손흥민은 날아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기존 좌측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중용받으며 팀의 해결사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졌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18경기 11골 4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과 더불어 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6골을 몰아치는 활약으로 이달의 선수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도 이번 시즌 더욱 무르익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5년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이적하며 유럽무대를 두드린 황희찬은 리퍼링, 함부르크SV 임대를 거친 뒤 2020년 라이프치히로 이적했으나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한 채 2021년 울버햄튼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리고 곧바로 팀에 녹아들며 울버햄튼으로 완전이적했고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지난 시즌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출전시 제 몫을 다해줬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월드컵을 앞두고도 부상을 입어 출전 가능성이 불투명하기도 했다.
이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상을 더욱 신경써서 5골(프리미어리그 개인 최다골) 이상 넣겠다"고 포부를 남겼고, 팬들에게 이를 지키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리그 2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서 골맛을 본 황희찬은 활약을 이어갔다. 현재까지 리그 17경기 8골 2도움으로 팀 내 최다골,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대표팀에서도 황희찬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치열한 2선 경쟁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여름 가장 주목받던 선수는 김민재와 이강인이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활약 속 빅클럽들과 이적설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팀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33년 만의 나폴리의 우승을 이끄는 핵심 수비수로 맹활약했고,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상까지 수상했다.
김민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많은 빅클럽들과 연결됐던 가운데 유럽 최정상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다. 뮌헨은 당시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김민재를 위해 국내로 메디컬 테스트팀을 파견하는 배려까지 보이며 영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나폴리를 떠나 뮌헨에서 새 둥지를 튼 김민재는 이번 시즌 역시 팀의 주축으로 뛰고 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에게 신뢰를 받으며 개막 후 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서고 있다. 더욱이 파트너 수비수들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홀로 부상없이 팀의 후방을 책임지고 있다.
분명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의 모습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전반기 베스트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 또한 김민재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베다트 무리키와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36경기 6골 7도움으로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후 꾸준히 타 팀들이 주목했는데, 선수단 개편에 나선 파리 생제르맹이 손을 내밀었다.
유망주 발굴에 능한 루이스 캄포스 파리 단장은 과거부터 이강인을 지켜봤다고 고백하며, 영입에 나섰고, 이강인은 프랑스 리그앙으로 향하며 차세대 축구스타 킬리안 음바페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이강인은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좌우측면을 비롯해 중앙까지 뛸 수 있는 멀티성으로 적재적소에 기용받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팀에서 이탈한 기간도 있었으나 빠르게 적응을 마치며 공식전 15경기 2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다만, 프랑스 현지 매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이강인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기대주로 여기고 있다. 엔리케 감독은 지난 18일 LOSC 릴전 이후 이강인을 두고 "매우 중요한 선수"라며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4명의 선수 외에도 팀에 적응해 자신의 입지를 다진 선수들도 꾸준함을 더하고 있다. 이재성(마인츠)은 지난 시즌 물오른 활약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팀의 부진 속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황인범은 전 소속팀 올림피아코스와의 계약 기간 문제로 이적 작업이 삐걱거리는 듯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까다로운 팀 중 하나인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해 곧바로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
이어 올 겨울 셀틱에 합류한 오현규는 확고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지만 쏠쏠한 활약 속 새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브랜든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도 자주 기용받고 있다.
1999년생의 기대주이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역시 왕성한 활동량과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성을 앞세워 팀에 도움을 주고있다.
한국 축구는 올해 많은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나섰다. K리그에서 활약했던 조규성, 이한범(이상 미트윌란), 양현준, 권혁규(이상 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가 적응기를 갖고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라이징 스타 조규성은 올 겨울부터 유럽 진출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나 추춘제를 실시하는 유럽 시즌에 맞춰 여름에 팀을 옮겼다.
덴마크 수페르리가의 미트윌란으로 향한 조규성은 토마스 토마스베르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에서의 높이와 경합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까지 23경기 9골 2도움을 올리며 팀의 해결사로 정착 중이다. 벌써 이주의 팀에만 4번에 선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리그) 무대에 도전 중인 배준호 역시 꾸준히 경기장을 밟고 있다. 측면과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배준호는 2003년생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스토크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공식전 16경기 2도움을 기록 중이다.
권혁규(2001년), 양현준, 이한범(이상 2002년), 김지수(2004년)는 여전히 팀에 적응기를 갖고 있다. 네 선수 모두 2000년 이후 출생 유망주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한국 선수들의 연이은 해외 진출과 맹활약이 이어지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 역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천명했으나 초반 5경기 무승을 기록하며 불안함을 낳았다. 더욱이 잦은 해외 출타와 대표팀 명단 발표 생략 등 이전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팬들에게 싸늘한 반응만 남겼었다.
그러나 지난 9월 A매치 기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뒤 튀니지(4-0), 베트남(6-0), 싱가포르(5-0), 중국(3-0)을 상대로 무실점 다득점 연승을 달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강인의 활약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강인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에는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해 최근에는 '차세대 에이스'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튀니지전 손흥민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활약하더니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전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한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원정 16강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원정 두 번째 토너먼트 진출 후 다음달(2024년 1월)에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선다.
한국 선수들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올라간만큼 기대를 받고 있으며,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아 최정상을 노린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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