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럼피스킨 초동방역으로 대한민국 축산을 지키다
2022년 6월 28일 충남 청양군 정산면 한우농가로부터 소 럼피스킨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즉시 현장에 출동하여 증상을 확인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검사시료를 송부한 후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혹시 모를 양성판정에 대비, 가축살처분 등 차단방역 준비태세에 돌입하였다.
당시 필자는 충청남도 농림축산국장으로 농·축산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럼피스킨병이 정말 우리나라에까지 유입된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검사결과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최초 발견된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랫동안 풍토병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다가 1989년 아프리카를 벗어나 이스라엘에서 발생을 시작으로 2013년 터키와 2015년 그리스, 불가리아 등 유럽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급기야 2019년에는 중국 신장지구에서 보고되어 점점 동쪽으로 이동하여 2020년에는 중국 남동부지역과 대만, 네팔, 베트남, 미얀마, 홍콩 등에서 발생되었다. 2020년 9월에 러시아 극동지역에까지 발생보고 되어 국내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수의분야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가 이미 있었던터라 청양에서의 신고건은 현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의 럼피스킨 최초 신고건은 '음성'이라는 검사결과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2023년 10월 19일 충남 서산의 한우사육농가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하였다. 소가 사료를 잘 먹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곧바로 수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했으며, 이후 현장을 방문한 수의사가 피부 증상을 발견하고 럼피스킨 의심축으로 신속하게 신고해 당일 검사 후 다음날인 10월 20일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때 서산시에서 초동대응을 잘한 것은 현장 방문 수의사가 럼피스킨 질병 증상에 대해 알고 있어 지체 없이 신고하였고, 서산시 방역부서에서는 충남도, 농식품부 등과 긴밀한 방역체계를 구축하여 행정력을 동원해 총력 대응했다. 아울러 긴급 예방백신 접종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발생한 지 이틀만에 공수의 등 임상수의사들이 접종단을 꾸려 예방접종을 실시함으로서 최초 발생 질병에 대한 대응으로 볼 때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조치였다.
이렇게 빠른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서 사전에 예방백신을 비축해 놓고 럼피스킨 방역실시요령(SOP)을 제정하는 등 사전 대비한 부분도 있지만 이미 지난해 청양에서의 최초 의심 신고가 럼피스킨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산시는 운산면에 농협중앙회 소속 한우개량사업소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의 능력검정, 혈통관리를 거쳐 유전적으로 우량한 한우를 선별하고 있는 곳이다. 소위 '대한민국 소의 아버지는 서산소'라는 말이 있다. 이는 괜한 말이 아니라, 한우개량사업소에서 대한민국 한우 정액의 98%를 공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우 유전 자원이다. 현재 서산한우개량사업소에는 총 3000여두의 한우가 있으며, 이중 89두의 보증씨수소를 통해 유전자원이 전국에 보급되고 있다.
만일 이곳에 럼피스킨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되었을 경우 우리나라 한우산업이 붕괴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럼피스킨으로부터는 한우개량사업소를 지켜냈지만 제2·3의 럼피스킨과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유전자원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차단방역 이외에도 우량 혈통 한우를 반드시 분산해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후보씨수소 150여두가 경북 영양사업소에 분산해서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 영양사업소에 일부만 분산하는 것으로는 가축전염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업소를 전국에 여러 군데 설치하여 후보씨수소 뿐만 아니라 보증씨수소도 분산함으로서 해외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되어도 안전하게 유전자원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한우 유전자원을 농가에 공급 할 수 있는 것이다. 임승범 충청남도수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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