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한 '그사세'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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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고 작은 정치적 사안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최근 이틀사이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 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하루 차이로 '거물' 정치인 2명이 각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대중에겐 정치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로 전락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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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고 작은 정치적 사안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최근 이틀사이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 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하루 차이로 '거물' 정치인 2명이 각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젊은 두 정치인의 행보가 뉴스를 만들었고, 뉴스 메이커가 됐다.
그런데 정치 뉴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눈을 돌리면 기시감, 즉 너무 낮설고 현실과 동 떨어진 느낌이 든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아 잊히기 쉽다.
현재의 일상이 버거울수록 더 그렇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데 한동훈, 이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겠는가. 20대는 물론이고, 30대인 나도 마찬가지다. 좁은 인간관계지만 그들의 휘황찬란한 연설을 주의 깊게 듣는 지인은 없다. 대중에겐 정치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10분 분량의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상당 시간을 소요했다. 야권 주축인 86세대를 운동권 특권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취임 연설은 말미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노랫말을 차용해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언론 등에선 X세대 정체성을 드러내 86세대와 대비되는 효과를 냈다며 '한동훈 스타일'을 칭송했다. 다만 '서태지' 이름만 겨우 알고 '환상 속의 그대'라는 노래가 있는지도 모르는 20-30대가 더 많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 싶다.
그렇다고 MZ세대인 이준석 전 대표도 전 세대를 위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간의 행보가 청년에게 와닿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 문구가 담긴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 시안이 공개돼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터져 나온 마땅한 비판으로 삭제 조치됐으나 어느 정도 현 청년층을 이해한 문구라고 보여진다. 하루가 바쁘게 새로운 이슈가 물밀려오지만 이는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오히려 '정치 혐오'로 업그레이드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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