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선처를 바랍니다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2023. 12. 28.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를 바랍니다."

오래전 형사 법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국선변호인의 변론이다. 드물게는 법정에 출석한 변호사에게 그 자리에서 국선 변론을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과거와 같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법정에서 영상 자료를 준비해 변론하는가 하면 피해자를 찾아다니며 합의를 호소하기도 한다. 또 진심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충실한 변론을 하는 국선변호인들이 대부분이다. 국선변호인이라고 하더라도 구속된 피고인인 경우 변론 준비를 위해 접견을 하는데 그 시간은 대략 한나절 정도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선변호사는 보수의 실질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새해 적용되는 국선변호사 보수는 1건당 55만 원이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100달러, 일본 7만 7,000엔 내지 10만 엔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국선변호사의 대부분은 보수와 변론의 충실함을 연관 짓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가의 국선변호사 보수 정책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후견적 책무는 경제적인 사유 등으로 자신을 변호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국선변호인을 선임, 국가 형벌권 행사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국선변호인의 봉사를 불공정한 대가로 일관해서는 안 되고, 보수의 현실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피해자의 변호인도 같은 문제에 있으나 보수의 현실화는 아직 먼 이야기다.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은 법원이 선임하고 그 보수를 지급하며,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인은 검사가 선임하고 법무부(검찰청)가 그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원화돼 있다. 현재 국선변호사 제도는 법원이나 검찰청의 부수적인 업무에 해당하는데, 보다 전문적이고 충실한 제도의 운용을 위해서는 전문화된 제3의 관리기관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 법무공단을 이용하거나 변호사 단체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도가 그 취지에 따라 원활하게 운영된다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법정에서 법원과 독립해 변론 활동을 해야 하고, 피해자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검사의 기소와 수사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선변호인이 법원이나 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업무를 수행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해 한 가지 첨언하자면 피해자의 국선 변호인제도는 피고인의 국선 변호인제도에 비춰 볼 때 현재의 장애인, 성범죄, 아동 관련 범죄 외의 일반범죄에 확대돼야 하고, 변호를 위해 필수적인 형사기록에 대한 접근 즉, 형사기록의 열람·복사권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변호인의 형사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권은 현재의 은혜적·배려 차원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정에서도 형사 절차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국선변호인은 피고인과 대등한 자리에 위치, 피고인의 변호인이나 검사의 공소장 변경에 대해 수시로 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지위가 법률로 인정돼야 한다. 피해자가 없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형사재판의 실체적 진실발견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변호사 3만 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충실한 국선변호를 위한 인적인 준비는 갖추었고, 현재에도 국선변호인들은 그 업무 수행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제는 국선변호인의 보수 현실화,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의 정착을 위한 국가정책이 필요하다. 국선변호인들의 수고가 희생으로 강요되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국선변호인 제도에 대한 정책의 변화를 기대한다. 대전지방변호사회 770여 명의 회원은 실효성 있는 국선변호사 제도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항상 시민의 곁에 있다. 변호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협회 '나의 변호사'를 통해 전국의 약 3만여 명의 변호사를 검색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상담도 가능하다.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