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플랫폼 규제하면 스타트업도 죽는다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대형 플랫폼에 대해 강력한 사전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제정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우대 같은 경쟁제한행위에 대해 신속한 조사와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 또한 플랫폼 규제법안을 여러 개 발의해둔 터라 자칫 졸속 입법이 우려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예방하고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들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스타트업 생태계는 반대입장이다. 스타트업, 투자자와 학계 모두 한목소리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생태계를 옥죄는 악법이라고 한다.
반대의 이유는 분명하다. 첫 번째로 과도한 사전규제이자 중복규제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참여자의 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용자와 참여사업자들을 만족시킬수록 점유율이 올라간다. 즉 어떤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가졌다면 그건 혁신의 결과지 '반칙'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플랫폼 대다수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증명한다. 물론 시장지배력을 얻은 후에 '반칙'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것이 바로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역할이다. 현행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플랫폼의 행위는 하나도 없다. 다만 플랫폼 규제법이 만들어지면 규제당국이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쥐게 된다. 공정위가 할 일을 기업에 떠넘길 수 있다. 시장획정 등 복잡한 과정 없이도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할 수 있으니 오히려 기업들이 지배력이 크지 않음을 입증해야 한다. 과징금 등 처벌도 과중하니 플랫폼 기업 모두 공정위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 적용대상이 아니어도, '반칙'을 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들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적용대상이 될까 걱정해야 하고 플랫폼의 핵심기술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식의 부당한 요구까지도 거절하기 힘들어진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제한하고 빅테크 기업의 출현을 막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만 규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벤치마킹했다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은 유럽 시장을 장악한 애플,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만 대상으로 하는 외국 기업 견제장치다.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이 있는 미국, 중국은 오히려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플랫폼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정부가 국내 기업을 규제하는 데 앞장서는 꼴이다. 국내외 기업 차별 없이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앱마켓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이슈에 대한 공정위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세 번째로 스타트업 투자와 M&A(인수·합병)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당연히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가 줄어들어 더욱 성장하기 어렵게 된다. 투자의 회수(exit) 기회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대형 플랫폼은 스타트업을 M&A하는 주요 주체기도 하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처럼 우리나라에선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인수한다. 스타트업의 가치도 높게 인정하고 혁신도 이어갈 수 있는 M&A 파트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 규제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크게 위축돼왔다. '문어발 확장'식의 비판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과도한 규제가 더해지면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해서 상장하기도 힘들어지고 M&A도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곳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스타트업의 혁신은 촉진하되 '반칙'은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선의가 진심이라면 공정위가 현행법으로 국내외 대형 플랫폼의 '반칙'을 열심히 잡아내면 된다. 스타트업의 혁신마저 죽이는 법을 만들 일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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