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쓴 맛' 본 CU, 컬리 카드 빼든 이유는

한전진 2023. 12.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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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컬리와 '온·오프' 동맹
소비자층·온라인 역량 확대 
양사 모바일 앱 연동도 시동

편의점 CU가 이커머스 컬리와 손잡고 플랫폼 고도화에 나선다. 컬리를 통해 온라인 고객 유입을 늘리고 오프라인 매출을 키우는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컬리 특화 점포'를 여는 것은 물론 양사 앱을 연동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현재 CU는 온라인 강화가 절실하다. 과거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철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BGF리테일은 온라인 사업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 역량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컬리 특화 편의점이 떴다 

CU는 지난 21일 서울 도곡동 CU 타워팰리스점을 'CU 컬리 특화 편의점'으로 재단장했다. 마켓컬리의 자체브랜드(PB) 등 상품을 CU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 카운터 전면에 '컬리존'을 조성했다. 정육·수산물·계란·채소 등 신선식품은 물론 냉동식품과 간편식 등 컬리의 PB인 '컬리스', 'KF365', 'KS365' 상품 110여 종을 선보인다.

CU 컬리 특화 편의점 / 사진=BGF리테일

가장 눈여겨볼 점은 컬리와 CU의 모바일앱 연동이다. 타워팰리스점은 컬리 특화 매장인 동시에 '주류 특화 매장'이다. 300여 종의 주류가 있다. 현재 CU는 자체 모바일 앱 '포켓CU'를 운영 중이다. 이 포켓CU의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 BAR'가 컬리 앱에 도입됐다. 컬리 앱에 접속해도 CU BAR를 이용할 수 있다. 양사는 오는 28일까지 수도권 7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 후 내년 초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BGF리테일와 컬리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장보기와 뷰티에 특화된 혁신 오프라인 매장을 개발하고, 공동 상품도 선보이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도 포켓CU과 컬리 앱의 유기적 결합도 약속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고객 맞춤형 쇼핑 혜택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CU가 컬리와 손잡은 이유 

CU가 컬리와 손잡은 이유는 온라인 영향력 확대에 있다. 현재 CU의 대표 온라인 서비스는 포켓CU다. 이곳에서 퀵커머스, 픽업 서비스, 택배 예약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배달·이커머스 앱 등으로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CU는 컬리 앱과 자사 서비스를 연동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편의점 업계의 O4O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왼쪽)와 김슬아 컬리 대표(오른쪽)가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BGF 사옥에서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BGF리테일

무엇보다 컬리의 PB는 CU의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는 GS25, 세븐일레븐 등 경쟁 편의점들이 할 수 없는 CU만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과거 이마트24가 노브랜드 제품을 점포에 배치해 인기를 끌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컬리 PB 상품들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최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의점에서 장보기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추후 CU와 컬리의 퀵커머스 사업 공동 진출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위기다. 그동안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업체들은 매장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이젠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 많다. 밖으로는 퀵커머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배민 B마트가 대표적이다. 온·오프라인 업종 간의 경계가 사라진지 오래다. 더 이상 편의점도 디지털 전환(DT)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헬로네이처의 쓰라린 기억

특히 CU는 맞수인 GS리테일에 비해 DT전환이 느리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GS25는 지난 2021년 요기요를 인수하며 O4O를 중점 전략으로 빠르게 추진해 왔다. 현재 GS더프레시(슈퍼), GS리테일 원팀을 구성해 온라인 역량을 키우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GS더프레시의 퀵커머스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331.1%를 기록했다. 

반면 BGF리테일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2018년 헬로네이처를 300억원에 인수했다가 쓴맛만 보고 철수했다.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근거리 오프라인 매장인 편의점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홍정국 BGF리테일 부회장이 "5년 안에 헬로네이처를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할 정도로 핵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경쟁업체 대비 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사업을 접고 말았다.

과거 BGF리테일이 운영했던 헬로네이처 실적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이후 CU의 온라인 전략 선회를 점치기도 한다. 직접 온라인에 뛰어들기보다,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협업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이커머스 외에도 여러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BGF리테일은 최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도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와 컬리는 각각 편의점과 이커머스 채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이라며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업종 및 업태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고객 쇼핑 편의를 한층 높일 수 있도록 방안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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