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수출한국 덮친 삼각파도

최훈길 2023. 12. 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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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제 안보란 경제와 안보가 합쳐진 말인 것은 누구나 안다. 통상 ‘안보’란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한 나라의 주권이 무력적 위협으로부터 침해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실 경제와 안보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경제 주권이라는 개념이 부상하면서 경제에도 안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바로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주권이 자유무역주의의 종언의 위협을 받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처럼 한국의 경제 안보가 크게 흔들렸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위협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경제 블록화에 따른 세계 교역 시장의 위축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은 교역 시장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이 분할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단절되고 자유무역보다 수입대체가 유행이 됐다.

얼마나 글로벌 교역이 활성화됐는지를 보는 교역탄성치(세계교역증가율/세계경제성장률) 개념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이용해 이를 계산해 보면, 세계 교역탄성치는 2002~2008년 연평균 1.5포인트에서 2010~2019년 1.1포인트로 하락했다. 2023~2028년까지는 0.9포인트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세계경제 성장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역할이 줄고 있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는 절망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료=국제통화기금)
둘째, 투자 유출로 국내 산업 공동화와 고용창출력 약화가 우려된다. 현재 주요국들은 관세나 보조금 등의 전통적 보호무역주의 수단뿐만 아니라, 원산지 규정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수입 장벽을 치고 있다. 결국 해외시장 전략은 수출이 아닌 현지 투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해외투자(투자 기준)를 보면 2016년 407억 달러에서 지난해 813억 달러로 불과 6년 사이에 두 배 증가했다.

특히 이중 상당 부분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를 외치는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다. 지난해 해외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9%, 국내 설비투자의 52.5%에 해당될 정도로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나아가 통상 투자는 고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취업유발계수를 이용해 계산해 보면 약 104만명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두되는 것으로 공급망 불안에 따른 생산 비용의 증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정치외교적 갈등이 수출 규제라는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신산업 핵심광물과 요소 수출 규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국가만이 공급을 독점하는 품목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올해 1월~10월 수입된 차량용 요소 중 중국산 비중이 91.8%에 달하지만 수입선 다변화는 가능하다.

문제는 품질과 가격이다. 이 이슈의 문제는 공급망의 단절보다는 기업들이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이 격화될수록 한국 경제가 받는 위협은 더 커질 것이다. 또한 그것을 우리가 막을 방법도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대세론에 매몰돼 정부의 통상외교가 무슨 소용이 있을 수 있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통상외교의 목적은 물길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시장 접근 전략을 다시 짜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지금까지의 정부 통상외교는 비교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따라서 대응 방법을 강구하고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올곧이 기업의 몫이다. 2024년에도 한국 경제에 대한 안보 위협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더 격화될 경제 안보의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을 마련해야만 한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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