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공무원 5000명 감원” 극약 처방

이귀전 2023. 12.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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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극복 ‘개혁정책’ 쏟아내
공공부문 계약직 계약 연장 안 해
행정 보조·단순 직무자 구조조정
2023년 계약 예정자도 검토 후 결정
추가 감원 시사, 7000명 안팎 될 듯
규제 완화·공기업 민영화 등 추진
야권 반발… 정책 연착륙 미지수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경제난 극복을 천명한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비대해진 공무원 감축에 착수하는 등 취임(10일) 후 극약 처방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민영화 등 각종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아 밀레이정부의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올해 1월1일 자로 채용해 12월31일 종료되는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들 규모는 5000여명으로, 사무 행정 보조와 단순 반복 직무자 등이 그 대상이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올해 계약 대상자의 경우 90일간의 검토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추가 감원 가능성도 내비쳤다.

일간지 클라린과 텔람 통신 등은 감축 규모를 7000명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처는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직후 밝힌 공공부문 개혁 정책의 흐름 속에 이뤄졌다.

아르헨티나는 ‘공무원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체 인구 대비 공직자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2월 기준 아르헨티나 공공부문 급여 근로자는 총 341만3907명으로, 전체 인구(4600만명)의 7.4%에 달한다. 이는 한국(2%대)의 3∼4배 수준이다.

밀레이정부는 공무원 감원과 함께 300여건에 이르는 규제를 무더기로 철폐키로 했다. 임대료 제한과 국영기업의 민영화 방지 관련 규제가 철폐 대상으로 꼽혔고, 관광산업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와인생산, 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여러 규제를 철폐 혹은 완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50% 평가 절하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법령 개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달러당 400페소(중앙은행 홈페이지상 기준)로 고정된 환율은 800페소로 조정하며 아르헨티나 페소에 대한 50%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 실제 거래되는 비공식 달러(블루 달러) 환율이 1070페소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격차는 크게 줄었다. 중앙은행에서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많은 페소화를 발행해 페소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이를 공식 환율에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340억페소(1200억원 상당) 규모 언론사 광고비 등을 1년간 100% 삭감하기로 했다.

현재 최고액권인 2000페소 지폐보다 단위가 10배 이상인 2만페소 이상의 최고액권 화폐 발행도 검토 중이다. 2000페소를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3200원 정도다. 2만페소 및 3만페소 신규 고액권 지폐는 내년 3월에 유통될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일부 매체는 유통까지 적어도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우리는 초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공법에서 벗어난 경제 분야 조정을 단행했다”며 경제난 극복을 위해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정권에 대항하는 첫 시위가 열렸다. 노동단체 주최로 개최된 이번 시위에 주최 측 추산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연합뉴스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한때 미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세계 5위 경제 대국이었으나 1차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정책 실패로 중진국으로 전락했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만 10차례 가까이 국가부도를 경험하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140%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서는 새 정부 경제 정책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지난 20일 늦은 밤 거리로 뛰쳐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공공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카세롤라소’ 시위에 나섰다. 스페인어로 냄비를 뜻하는 ‘카세롤라’(cacerola)에 ‘때리다’라는 의미의 접미사 ‘아소(azo)’를 결합한 카세롤라소는 냄비 등 주방기구를 두드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 먹고살기 힘든 처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남미의 시위 방식이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기도 하며 대통령궁 앞 마요광장까지 행진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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