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과 출신으로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뮤지컬 '그리스'와 '인당수 사랑가'를 통해 무대에 올랐고, 시트콤 '연인들'을 시작으로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혔다.
MBC '베스트극장'을 통해 방송한 '태릉선수촌'은 이선균의 존재를 서서히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한국 남자 수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한 유망주 이동경 역을 연기했다. 홍자람·홍진아 작가가 극본을 쓰고 이윤정 PD가 연출한 8부작 드라마는 체육인들의 청춘을 잘 담아내 호평받았다.
2007년은 배우 이선균에게 뜻깊은 해였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하얀거탑'과 그해 여름을 책임진 '커피프린스 1호점'에 연달아 출연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한 천재 의사의 야망, 질주, 종말을 모두 그린 '하얀거탑'은 탄탄한 이야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고 열정적인 드라마 팬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실력이 출중하고 출세욕도 있지만 냉정한 의사 장준혁(김명민)과, 의사는 환자에게 가장 과학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상론을 펼치는 의사 최도영(이선균)의 대립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축이었다. 이선균은 최도영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얀거탑'은 방송 11년 만인 2018년 UH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방영되기도 했다.
여름의 청량한 분위기가 잘 담긴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이선균의 로맨틱코미디, 로맨스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떠나버린 연인 한유주(채정안)를 사랑하지만 새롭게 다가온 고은찬(윤은혜)에게도 끌려 혼란스러워하고 갈등을 겪는 최한성 역을 맞춤으로 소화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와 '트리플' 등에서도 차분하면서도 예의 바른 훈남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요리사를 꿈꾸는 여성 서유경(공효진)의 성장기를 그린 '파스타'는 그에게 '버럭 선균'이라는 별명을 남긴 대표작이다. 요리와 관련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까칠한 성격의 셰프 최현욱 역은, 이선균이 곧잘 맡았던 부드러운 캐릭터와는 정반대에 있었으나 특유의 말투까지 유행시키며 인기몰이했다.
'골든타임'은 이선균이 주연한 두 번째 의학 드라마다. 이선균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헌신적인 의사 최인혁(이성민)을 만나 '왜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의문을 풀고자 하는 이민우 역으로 '성장 캐릭터'를 보여줬다.
상대 여성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했던 '미스코리아'와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거쳐, 2018년에는 또 다른 대표작을 만난다. 바로 '나의 아저씨'다. 이선균이 맡은 박동훈은 세상에 상처받은 이지안에게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좋은 어른'이었다. 현실의 중년 남성, 즉 '아저씨'를 미화하고 주인공 이지안(아이유) 주변 인물들을 낭만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으나, 뚝심 있게 '휴머니즘'을 그려냈다며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으로 꼽힌 드라마다.
최근까지도 드라마에 활발히 출연했다. '검사내전'에서는 사람을 알아야 사건을 안다는 마음으로 접근해 속도는 느려도 실수는 적은 10년차 검사 이선웅 역을 연기했다. 애플 오리지널 최초 한국 드라마 '닥터 브레인'에서는 천재 과학자 역을, 올해 방송한 '법쩐'에서는 사모펀드의 실질적 오너이자 투자 총괄 책임자인 은용 역을 각각 맡았다.
무명 시절에도 이선균은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영화판에서 그랬다. '양아치' '남자' '닭살커플남' 등 단역에서 시작해, '국화꽃 향기' '인어공주' '알포인트' 등에 출연했고, 코미디 '잔혹한 출근'과 스릴러 '우리동네'에서는 주요 배역을 맡았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밤과 낮'을 통해 홍상수 감독과 인연을 맺은 후 '첩첩산중'을 거쳐 '옥희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우뚝 섰다. 영화과 학생 옥희(정유미)와 같은 과 동기 진구(이선균), 영화과 송교수(문성근)를 둘러싼 네 가지 이야기가 동일한 등장인물이란 코드 속에 하나로 묶여있는 구조의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오리종티' 폐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역시나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로카르노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감독상,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우리 선희'에도 이선균은 주연으로 참여했다.
이선균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쩨쩨한 로맨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로맨틱코미디부터, '체포왕' '임금님의 사건수첩' '킬링 로맨스' 등 코미디, '파주' '킹메이커' 등 드라마, 'PMC: 더 벙커'로 대표되는 액션, '끝까지 간다' '성난 변호사' '악질경찰' '미옥' 등 범죄물, '화차'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잠' 등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끝까지 간다' '화차'는 각각 459만, 345만, 243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 커리어에서 핵심이 된 작품은 '기생충'이다. 전원 백수인 집안과 거대한 저택에 사는 상류층 집안을 대비시켜 부와 가난, 계급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했다는 평을 받는 '기생충'은 정식 개봉 전 칸영화제에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탔고,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모았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기록하는 등 무수히 많은 상을 타기도 했다. 이선균은 '선 넘는 것'을 싫어하는 글로벌 IT 기업 CEO 박사장 역을 연기해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을 받았다.
올해 개봉작 중 주연한 영화만 3편이었을 정도로 이선균은 왕성하게 활동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76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잠'은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겉으론 기상천외한 코미디 같지만 통제, 소유욕 등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뤘다는 평을 듣는 '킬링 로맨스'로는 완전히 내려놓고 망가지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킬링 로맨스'는 흥행 성적은 비록 저조했으나 n차 관람을 자처하는 열광적인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았다.
하지만 올해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염정아와 대만 배우 허광한 등이 캐스팅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는 하차했고, 조정석, 유재명과 함께 주연한 영화 '행복의 나라'(가제)는 개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인천경찰청은 이선균을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선균은 10월, 11월, 12월 총 3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또한 간이시약검사를 포함해 모발과 다리털 등을 제출, 네 차례 마약 검사를 받은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숨진 이선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선균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9일 0시,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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