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정치 입문 12년 만에 '신당 창당' 선언…총선 파급력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탈당 및 신당(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때 헌정사 최초 30대 대표란 타이틀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을 이어온 끝에 당과 갈라섰다. 3개월여 남은 내년 총선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정확히 12년 전인 2011년 12월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한 바 있다.
그는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며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6500자가 넘는(띄어쓰기 포함)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집권여당과 극한 대립에 매몰된 거대 양당 체제를 작심 비판하며 신당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나"라며 "이제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미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길어야 10년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현재의 대통령과 대다수의 정치인이 아닌, 30년 이후에도 살아서 평가받을 자신이 제시하는 대안을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모두를 미래의 정치로 초대한다. 참여하실 때 십시일반의 밥 한 숟가락씩만 달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직전까지도 자신의 신당 창당을 의심한 정치권 일각을 의식한 듯, 창당에 속도를 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부로 창당준비위원회는 가칭 '개혁신당' 이름으로 발족했다"며 "신당 창당은 시도당을 결성하고 중앙당을 등록하는 절차로 이어질 계획이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류 전화를 기다렸을 것이라는 관측에 "저는 이미 4일째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누구에게 전화받을 기대도 하지 않았다. 결심을 굳히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대 60~80명 사이는 (지역구) 출마 가능 자원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새 지도체제가 막 세워진 국민의힘은 일단 이준석 신당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당에 합류할 인사 등이 공개되지 않아 현재로서 파급력을 예측하긴 어려운 데다, 당원과 보수 지지층 내에서 정부여당을 공격해온 이 전 대표에 대한 피로감 또한 상당한 탓이다. 일부 현역 의원들은 "총선에서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는 우리 당에서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해 오셨다"며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기를 바란다"며 담담한 어조의 입장문을 냈다.
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라는 말은 그렇게 신뢰하진 않는다"며 이 대표의 대표적 선거전략인 '세대포위론'을 부정했다. 전날엔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청년층에 소구력을 갖는 이 전 대표가 여러 회의적인 시선과 우려를 넘어 신당 창당에 실제 돌입한 이상, 일정 부분 보수 표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당 대표로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한 전력이 있다. 특히 수도권과 같은 격전지에선 이준석 신당의 존재는 당락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향후 '한동훈호'가 순항하지 못하거나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커질 경우 신당으로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중도·부동층의 확대로 신당을 만들 환경은 조성된 상태다. 세력화 여부는 이 전 대표에게 달렸다"며 "국민의힘은 애써 타격이 없는 척 하겠지만 신당이 지지율 3%만 나와도 수도권에선 당락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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