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트럼프 재선시 대북정책 큰 변화…北 핵보유 용인할수도"
"바이든 2기 땐 北 비핵화 덜 강조·ICBM 시험유예 등 위험관리에 초점"
"北, 美대선 전에 한반도 위기도발 등 트럼프 당선 도움될 행동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미국 전문가가 전망했다.
기존 정책 기조와 통념에 속박받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무기 동결을 목표로 설정하고,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대북 정책에서 바이든 행정부 2기보다 더 대담한 정책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 석좌는 "트럼프의 문제는 그의 관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변덕스럽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보다 정책에 유연성이 있어 북한과 핵 동결을 추진하고 주한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억제를 신뢰하지 못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고, 동맹을 비용으로 여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용인하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핵무기를 가지는 한반도의 핵확산이 우려된다"고 여 석좌는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비핵화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당장 현실성이 없는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moratorium) 등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고 비핵화를 덜 강조하는 등 정책에 일부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더 시급한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도 북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음은 여 석좌와의 일문일답:
-- 최근 미국 대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 바이든 행정부 2기보다 더 대담한 정책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트럼프 본인이 개인적 신념 때문인지, 첫 임기 때 협상 경험 때문인지, 김정은과 친분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김정은도 바이든보다는 트럼프와 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을 만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김정은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트럼프는 핵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핵 정책에 대한 관점이 더 유연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꾸준히 핵 비확산을 추진해온 반면 트럼프는 핵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더 정책 유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를 만나고 싶어 할까.
▲ 북한은 지금 당장은 미국을 만나는 데 관심이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대화할 유인이 없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 요구를 접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지만 트럼프는 확실하지 않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용인할지 시험하는 차원에서 트럼프와 회담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것으로 관측하나.
▲ 트럼프의 참모들은 최종 목표로서 비핵화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면서 북한과 어떤 대화 프로세스가 뒤따를 수는 있다.
트럼프의 문제는 그의 관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을 핵 군축이나 동결 등 위험 완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정책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동맹을 평가절하하기 시작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북한을 다루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는 북한에 핵 동결을 요구하는 대신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가 한미동맹과 관련한 양보를 할 것이냐다.
트럼프는 한반도에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 주한미군을 줄이려 할 수 있다. 그것은 김정은도 바라는 바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더 큰 동맹 문제와 연계하면서 한미동맹, 한미일 3자 협력,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구축한 폭넓은 협력 틀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할 수 있을까.
▲ 전반적으로 트럼프 측 인사들도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도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워싱턴선언을 승계할 것이라 본다. 그것을 폐기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쉽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한국이 트럼프 하에서의 워싱턴선언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다. 워싱턴선언은 한미 간의 합의이긴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시행하고 해석하느냐에 있어서 트럼프가 바이든과 다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에 미국의 핵무기든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든 어떤 형태로든 핵 능력을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 트럼프가 그게(한국의 핵무기 보유) 돈이 덜 든다고 생각해 좋다고 할 수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핵무기를 가지는 한반도의 핵확산이 우려된다.
-- 트럼프 2기의 한미일 협력 전망은.
▲ 트럼프는 한미일 협력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그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있었던 3자 회담 빈도와 시급함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외교정책을 거래 비용 관점에서 생각하고 한미일 3자 협력은 미국에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혼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이나 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공급망 문제를 다루려면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 첫 임기 때 했던 정책 일부를 수정하려고 할 것으로 생각한다. 워싱턴의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낮추기 위해 북한의 위험을 줄이거나 관리하는 것을 강조하는 기류가 있다. 이것은 당장은 비핵화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북한과 긴장을 줄이고 북한이 ICBM 시험을 줄이거나 최소한 유예(moratorium)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두 번째 임기 때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북한을 접촉하려고 할 때 수사법이나 뉘앙스, 접근 방식 등에서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다. 북한이 대화 제의를 수용하게 하기 위해 비핵화 부분을 덜 강조할 수도 있다.
또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있을 수 있다. 난 중국도 지금의 북러 관계에 불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러 관계가 지역은 물론이며 중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도록 하는데 중국과 더 많은 논의를 할 수도 있겠다.
--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동의할까.
▲ 한국이 얻는 부분도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일단 비핵화를 덜 강조하고 위험 관리와 축소에 집중하더라도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확장억제 강화가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윤 정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이 핵 기획 등에 한국이 더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핵무기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가 2기 때는 북한 문제에 더 신경 쓸 수 있을까.
▲ (북한문제가)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같은 관심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와 북한 문제를 더 우선하려면 7차 핵실험 같은 일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북한이 미국 대선 기간에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예측하나.
▲ 북한이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 도움이 될 행동을 하려고 할 것 같다.
선거 전에 한반도에 또다른 위기가 발생하고 유권자들이 '김정은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어떤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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