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의 조합

조민진 작가 2023. 12.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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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결산의 시기, 올해 읽은 책 중에선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전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머스크는 '미친 데드라인'을 제시하고 책임을 묻는 즉시 거침없이 해고해버리는 독한 CEO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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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어쨌거나 결산의 시기, 올해 읽은 책 중에선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전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730쪽에 달하는 묵직한 한 권을 덮으면서 아주 평범한 사실을 되새겼다. 누구에게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것, 어떤 인생에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는 것. 사실상 세상 모든 전기물의 공통적 결론을 책을 읽으며 반복해 깨닫곤 한다. 모든 인간과 모든 삶에 깃든 명암을 확인할 때마다 은근히 위로받는다.

일론 머스크의 명암을 얘기해보자. 먼저 밝은 면. 머스크는 지속가능한 인류 문명을 위해 우주 로켓('스페이스 X')을 발사하고, 전기차('테슬라')를 만들고, 태양에너지('솔라시티')를 활용하는 거시적 사랑을 품고 있다. 언젠가는 정말로 화성에 가서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그 덕분이다. 인류의 불안과 결핍에 위로가 될 만한 꿈을 그리는 그에게 나는 관전자로서 우호적 감정을 갖고 있다. 화성 이주를 계획하며 끊임없이 우주선을 쏴 올리는 의지와 실행력의 본질은 결국 동심(童心)일테니까. 믿고 낙관하는 아이 같은 마음. 늙어가는 인간에게 쇠퇴하지 않는 동심은 꽤 좋은 점이다.

머스크가 지독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명암의 경계에 있다. "광적인 긴박감"(extreme urgency)을 원칙으로 삼고 전시 장군처럼 달리는 최고경영자(CEO).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킨 데서 그의 열정적 추진력을 빼놓긴 어렵다. 다만 장점이 극에 달하면 단점이 되기도 하는 법. 머스크는 '미친 데드라인'을 제시하고 책임을 묻는 즉시 거침없이 해고해버리는 독한 CEO이기도 하다. 당신이 만약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면 머스크처럼 일할 수도, 머스크와 함께 일할 수도 없을 것이다.

머스크는 때때로 악마처럼 어둡게 변한다. 인류와 환경을 위한 거시적 사랑을 품었으나, 주변 동료에 대한 미시적 애정은 관심 밖이다. 2007년 당시 테슬라의 임시 CEO였던 마이클 마크스는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머스크가 이룬) 이런 종류의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머스크의 성과를 인정하지만 그를 좋아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도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케 하는 리더십은 종종 마법처럼 여겨진다. 돌리 싱 전 스페이스X 인재개발 팀장의 말.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받아들일 거예요. 억지로 조합을 바꾸려했다가는 마법의 효과가 사라질테니까요."(영국 BBC 다큐멘터리 '일론 머스크 쇼')

인간은 누구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의 조합이다. 머스크 얘기 끝에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개선하자는 쉬운 말을 하고 싶진 않다. 평생 지향할 일인 만큼 쉽게 끝낼 수 없는 숙제다. 다만 조금 더 이해해 본다. 장점이 경계를 넘어 단점이 되고 단점 덕분에 장점이 빛나기도 하는 이치를 말이다. 당신의 조합은 어떠한가. 완전무결한 인간은 없다는 평범한 진실은 역시 위로가 된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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