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한화갤러리아, 매일 산 김동선 부사장 수익률은 -11%
한화갤러리아 “책임 경영의 일환”
한화갤러리아의 주가가 올해 들어 이른바 ‘반토막’나면서 50여회에 걸쳐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1%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의 자사주 매입 목적이 주가 부양이나 시세 차익이 아니라 지배력 확대인 만큼 이같은 흐름은 김 부사장에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그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DART)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매 거래일 한화갤러리아 주식 총 25만주를 사들여 한화솔루션(지분율 1.39%)을 넘어 2대 주주(지분율 1.47%)에 올랐다. 한화(36.31%, 보통주 기준)에 이어 두번째로 주식이 많다.
김 부사장은 2대 주주에 오른 이후에도 거래가 가능한 날에 모두 주식을 사들였다. 21일 5만주, 22일 5만주, 26일 5만주, 27일 5만주 등 27일까지 총 20만주였다.
이렇게 김 부사장이 올해 초부터 지난 27일까지 매입한 한화갤러리아 주식 수는 총 309만3680주에 달한다. 1주당 평균 취득 단가는 1174.98원으로, 전날 종가(1045원) 기준 김 부사장의 수익률은 -11.06%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 부사장은 지난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분할해 신규 상장한 이후 곧바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오너가(家)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룹에서 맡은 유통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한화그룹은 방산·태양광·화학(장남 김동관), 금융(차남 김동원), 유통·레저(삼남 김동선)로 나뉘는 3세 경영 승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 매입 내역을 살펴보면, 처음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때는 4월 12일이다. 취득 단가는 2059원으로, 5만주를 매입했다. 김 부사장은 이렇게 7월 말까지 13차례에 걸쳐 63만주 넘게 주식을 모았다.
이후 두 달간 잠잠하던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주가가 1100원 밑으로 내려간 10월 10일부터 다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이때부터 최근까지 김 부사장이 거의 매거래일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달 20일까지 두 달여 동안 46차례에 걸쳐 226만주를 매입했다. 상반기 모은 주식 수의 약 4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이 기간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는 반토막 났다. 10월 말엔 장중 1000원의 벽이 깨져 993원을 기록하는 등 ‘동전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매 거래일 최소 3만주에서 최대 10만주를 사들인 김 부사장은 이른바 ‘반값 쇼핑’에 나섰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식을 계속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과 합병하기 전 한화갤러리아는 소외주였다. 오랜 백화점 업황 부진 등으로 투자자들이 찾지 않아서다. 그러다가 한화솔루션과 합병했고, 이후 다시 분할하는 과정에서 말끔한 재무구조를 갖춘 신규 상장주가 됐다. 합병 및 분할, 재상장 과정에서 부채는 감소하고 보유현금이 늘어난 것이다.
모습은 멀끔해졌지만, 기업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본업인 백화점이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의 지난 10월 매출액은 전년보다 두자릿수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40%에 달해 주요 백화점 3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소비심리 하락과 소비 둔화 등 부정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위축과 물가상승, 이자 부담 등 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성비 중심의 하향 구매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고물가, 고금리 등 비우호적인 소비 여건이 실질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나온다”고 전망했다.
김 부사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신사업도 미래 성장성을 점치기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김 부사장이 검토부터 계약 체결까지 주도한 첫 번째 신사업인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실적이 순항하면서 그를 승진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또 다른 신사업인 비노갤러리아 사업(와인유통업)까지 포함해도 식음료 사업부문은 한화갤러리아 매출 비중의 1.2%에 그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경영진으로 합류하면 화려한 신규사업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경영 능력을 수치로 입증하려면 본업에서 탁월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면서 “지금은 김 부사장이 잘 못한다고 하기보다, 한화갤러리아가 처한 업계 상황에 대한 투자 심리가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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