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창당 선언…“총선 전 국민의힘과 재결합 없다”

조미덥·조문희 기자 2023.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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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정치” 거대 양당 겨눈 이준석 “아고라로 나와달라”
여권에 ‘검·경 주도 정치결사체’ 비판…3지대 신당 지지 호소
‘박근혜 키드’ 정치입문 12년 되는 날 “비상 시국” 정치 승부수
한동훈 겨냥 “나는 30년 정치할 사람”…여당 “그간 감사했다”
상계동 갈빗집서 ‘출사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거대 양당 정치를 “상대를 악당의 상징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에 비유하며 제3지대에 만들 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12·12 쿠데타 이후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언급하며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며 신당 창당을 되돌릴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국민의힘에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2011년 ‘박근혜 비대위’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입문해 정치 경력 12년이 되는 날 자신의 명운을 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가 돼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부 총질 당대표’로 지목된 후 당 윤리위 징계로 대표직을 상실하고, 탈당에까지 이른 것이다. 대선 기간 노년층 지지를 받은 윤 대통령과 청년 남성들의 지지세가 강한 이 전 대표의 ‘세대포위론’ 연대도 깨졌다. 대선 승리를 이끈 당대표가 2년도 안 돼 탈당한 이례적인 사례로 정치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몇 개월 동안 탈당을 고민했다면서 “고개를 들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라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상대 정치세력을 악의 상징, 빌런(악당)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는 보름달과 같아지게 돼 있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정치는 초승달과 같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에게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추고 수고롭지만 아고라(광장)에 오셔서 공동체 위기를 논의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거대 양당을 지는 보름달로, 신당을 차오르는 초승달로 표현하며 대비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해결과제로 이공계 인재 육성과 의대 정원 확대 간의 모순, 지방대학 소멸위기와 대학 등록금 지원 사이의 모순, 저출생에 따른 감군계획의 부재,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논란, 국민연금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권력자 대부분이 “앞으로 길어야 10년 이상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주장과 선택에 대해 30년 뒤에도 살아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누가 내는 대안과 제안이 더 진실하고 절박하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새로운 리더가 된 50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보다 열두 살 어린 자신을 차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나이 갈라치기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겨냥해 “안쓰러운데 세대포위론 아니곤 이길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며 “이준석과 차별화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차별화하십시오”라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나”라고도 했다. 한 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전포고성 비판을 이어가는 데 대한 지적이다. 그는 또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트라우마”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대상으로 했지만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 쿠데타를 끌어와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경찰 출신인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이끄는 정부·여당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모인 돼지저금통을 기억하는 우리가 20년이 지난 지금 왜 불가능한가”라며 “십시일반의 밥 한 숟가락씩만 주십시오”라고 신당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창당준비위원회가 가칭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발족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총선 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며 신당 창당을 되돌릴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월 중순 절차 완료를 목표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순차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전 대표 탈당에 대해 “그동안의 활동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고 짧게 논평했다. 굳이 이 전 대표 신당과의 대립 구도를 키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미덥·조문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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