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넘어 호주·동남아 뚫고…우주·로봇도 품었다[방산결산]

박주평 기자 2023. 12. 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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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수출 규모 줄었지만 대상국·무기체계 확대…폴란드 남은 2차계약 과제
자체개발 SAR 위성 발사·美 로봇업체 인수도…신사업 확대 성과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2023 서울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야외전시장에 레드백 장갑차가 전시돼 있다. 2023.10.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올해 국내 방위산업은 폴란드 대규모 무기수출 계약이 체결됐던 지난해보다 수출 규모는 줄었지만, 수출 시장과 상품을 다변화하면서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닦았다.

또 자체 개발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미국의 로봇제조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등 신사업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다만 폴란드에서 8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막대한 잔여물량 계약을 풀어가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수출 규모 줄었지만 동남아·호주 등 시장 넓혀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방산기업들은 올해 약 13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해 지난해(173억달러)보다 43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200억달러 수출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수출대상국은 12개국, 주요 수출 무기체계는 12개로 모두 지난해(4개국·6개)보다 늘었다. 또 지난해에는 폴란드 수출이 전체의 72%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폴란드 외 지역 비중이 68%에 달했다.

우선 동남아 시장 공략이 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은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국산 경공격기 FA-50 1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며, 말레이시아가 2차로 18대 추가 도입도 계획하고 있어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늘 수 있다.

T-50 고등훈련기와 T-50을 기반으로 제작된 FA-50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10여년간 동남아 4개국 7건의 계약으로 68대가 수출됐다. KAI는 T-50뿐 아니라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한국형 전투기 KF-21,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LAH) 등에 대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LIG넥스원(079550)은 인도네시아에서 지속적인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6년 주파수 도약형 무전기 PRC-999K를 인도네시아 군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군과 경찰에 통신 장비와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000억원 규모의 통신망 구축 사업을 따냈다. 올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 경찰청에 헬기 부속품을 공급하는 1984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주력 제품인 '천궁-II', '현궁' 등 유도무기 수출도 타진하고 있다.

이달 초 체결된 호주에 대한 3조2000억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129대 수출 계약도 기념비적이다. 레드백은 호주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호주군의 요구 사양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개발한 장갑차다.

레드백은 함께 최종 후보로 올랐던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Lynx)를 제쳤을 만큼 성능을 인정받았다.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자주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된다. 맞춤형 개발과 현지 업체 협력 및 생산 등 K-방산 수출이 참고할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4000억원 규모의 폴란드 K9 자주포 2차 수출실행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1차 실행계약(212문) 이후 잔여물량 460문 중 152문을 우선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폴란드 2차 계약 지연·정권교체 악재…잔여물량 수출 과제

폴란드 K9 자주포 수출은 올해 수출계약 중 가장 큰 규모지만, 마냥 희소식은 아니다. 무기체계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문제 등으로 2차 실행계약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다연장로켓 천무, K2 전차 계약은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목표 200억달러 달성이 어려웠던 것도 이 영향이 크다. K2 전차와 천무의 잔여물량은 각각 820대, 70대다.

더욱이 올해 폴란드 총선에서는 지난해 기본계약 체결 당시 집권당인 법과정의(PiS)가 패배하고, 친유럽 성향의 야당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잔여물량 계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미국의소리(VOA) 서면 질의에서 "새 정부는 군대 현대화 프로그램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안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일부 계약의 범위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지난 2015년 프랑스로부터 에어버스의 군용 카라칼 헬리콥터 50대를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듬해 정권이 교체되며 계약을 파기한 전례가 있다.

이에 내년에는 폴란드 수출 잔여물량에 대한 2차 실행계약 체결 여부가 방산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폴란드는 가장 중요한 방산협력 파트너"라며 "2차 이행계약엔 폴란드 현지화 계획을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화, 자체개발 위성 발사 성공…LIG, 로봇기업 인수로 美 진출 올해는 무기체계 수출뿐 아니라 우주·로봇 등 분야에서도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화시스템은 이달 자체 개발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우리 군의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에 실어 발사했다. SAR은 전파를 순차적으로 지상 및 해양으로 내보내고 돌아오는 전파를 분석해 지형을 파악하는 레이더 기술로, 날씨와 상관없이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272210)의 SAR 위성은 탑재체와 본체 및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로 발사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환경 모니터링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 제작 데이터 분석 △위성 영상 정보 자동 융합·분석 등 SAR 영상을 활용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KAI 역시 이달 2일 발사에 성공한 우리 군 최초의 정찰위성 1호기 본체 개발을 주관하고 공동설계에 참여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발사되는 정찰위성 2호기부터는 KAI가 개발하는 SAR 탑재체가 장착된다. 정찰위성 체계개발이 완료되면 우리 군은 주요 관심지역의 관측자료를 수 시간 내 수집할 수 있게 된다.

LIG넥스원의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4족보행 로봇 제조업체 '고스트 로보틱스' 인수 추진도 주목받았다. 미래성장 플랫폼의 확보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다.

고스트 로보틱스가 제작한 4족보행 로봇 '비전60'은 정찰, 감시 등 군용으로 주로 쓰이며 미군과 영국군에 납품됐다. 향후 인수가 완료되면 비전60에 LIG넥스원의 강점인 유도무기, 레이더 등을 결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국으로 수출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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