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연예인 마약 수사'…결국 '비극'으로 마무리
잇단 공개소환 조사로 외신들도 취재 경쟁
19시간 밤샘 조사도…이씨 "나와 공갈범, 누구 말에 신빙성 있나" 토로
"검경 수사 받다가 극단 선택한 사람 한둘 아냐"
두 달 전 배우 이선균(48)과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 등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경찰의 '연예인 마약 범죄 수사'가 결국 '빈 손'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지만 배우 이씨가 숨지면서 일각에서는 무리한 입건과 잦은 공개 소환 등 과잉 수사 지적도 나온다.
배우 이선균 사망에 '공소권 없음'…지드래곤은 '혐의 없음' 각각 불송치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전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차 안에서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0시 12분쯤 '이씨가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를 작성하고 집을 나갔다'는 이씨 매니저의 신고를 접수했다. 발견 당시 이씨의 차량 안에서는 극단적인 행동을 추정할 수 있는 물건이 함께 있었다.
이씨는 숨지기 하루 전날인 지난 26일에도 혐의를 벗고자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하는 등 경찰 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가 갑자기 숨지면서 그의 혐의 역시 관련 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가수 지드래곤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말부터 2개월가량 이어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연예인 마약 투약 의혹 수사'에서 '연예인'은 빠지게 됐다.
잇단 공개소환 조사로 외신들도 취재 경쟁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발 마약 사건을 수사하면서 지난 9월쯤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씨 등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
이후 경찰은 지난 10월 23일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와 향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같은 달 25일에는 가수 지드래곤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경찰은 각각 다른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씨와 권씨를 입건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사부서와 수사 시기는 동일했다.
당시 이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협박 당했고 수억원을 뜯겼다"며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과 대마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후 경찰은 10월 27일 이씨와 권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28일에는 이씨를 1차 소환해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를 했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1주일 뒤 또 경찰에 출석해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 사이 모발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지난 11월 6일에는 가수 권씨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권씨의 소환조사를 두고 외신들도 취재 경쟁을 벌였다. 권씨 역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모발 정밀 감정 결과도 음성이었다. 결국 경찰은 한 달여 뒤인 이달 19일 권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19시간 밤샘 조사도…이씨 "나와 공갈범, 누구 말에 신빙성 있나" 토로
경찰은 지난 23일 오전 이씨를 3차 소환해 19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 날 새벽 초췌한 모습으로 경찰서에서 나온 그는 "이제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음날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추가로 해 달라고 경찰에 먼저 요청했다. 마약 투약과 관련한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관련자의 진술 만으로 수사가 이어지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인을 통해 결백을 주장한 이씨는 하루 뒤인 전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그와 관련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인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는 상황 등 수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검경 수사 받다가 극단 선택한 사람 한둘 아니야"
일각에서는 이씨가 숨진 것을 두고 잦은 수사상황 유출과 잦은 공개소환 등 경찰의 과잉수사가 원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수사기관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과 경찰은 평시 기준 가장 강력한 '합법적 폭력'을 보유하고 행사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 힘의 대상자가 되면 누구든 '멘붕'이 된다"라며 "미확정 피의사실을 흘리고 이를 보도하며 대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지만 수사 권력과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깊은 내상을 입고 죽음을 선택한 자만 나약한 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 일 같지 않다. 분노가 치민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인권평화연구원 조영민 상임연구위원은 "이선균씨는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 정밀 감정 결과 모두 음성이 나오는 등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두 달여간 강압수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마약이 아닌 유흥업소 실장과의 사적 통화 내용이 주요 뉴스로 나오는 상황에 내몰린 점 등에서 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볼 수 있는 사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조사를 받는 동안 변호인 2명이 동석했으며, 본인 동의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권씨를 입건했지만 불송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수사과정에서 그런 경우가 상당량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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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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