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도 하고 글도 쓰고…불투명한 삶, 그 너머 보여주려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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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통 '드로잉 아티스트'로 칭하지만 드로잉도 하고 글도 쓰고, 설치작업도 하고 있어요. '드로잉 아티스트'보단 작가로 불리길 원하는 이유죠. 선과 영상, 사진에 고민과 생각을 담아 작품으로 만들고 있어요."
26일 파티클에서 만난 성립 작가는 "작업뿐 아니라 모든 삶의 요소가 불투명함에서 시작한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볼 때는 작가의 삶이나 작업 모습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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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드로잉 작품 등 선보여
"작업 너머에 있는 것들 보여주려"
2024년 1월 24일까지 파티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저를 보통 ‘드로잉 아티스트’로 칭하지만 드로잉도 하고 글도 쓰고, 설치작업도 하고 있어요. ‘드로잉 아티스트’보단 작가로 불리길 원하는 이유죠. 선과 영상, 사진에 고민과 생각을 담아 작품으로 만들고 있어요.”
머릿속에 떠도는 무수한 생각은 곧 글쓰기로, 설악산에서 본 인상 깊은 푸른 소나무는 가늘고 굵은 선으로 되살아났다. DMZ에서 바라본 식물들의 모습은 드로잉 설치작업으로 재탄생했다. 내년 1월 24일까지 후지필름 코리아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복합문화예술공간 파티클에서 열리는 성립(32) 작가의 개인전 ‘오패서티’(OPACITY·불투명함)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은 3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필, 펜, 목탄 등 단색의 도구를 사용해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수십 장의 노트와 그로부터 파생된 드로잉 작품 다수를 만나볼 수 있다.
26일 파티클에서 만난 성립 작가는 “작업뿐 아니라 모든 삶의 요소가 불투명함에서 시작한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볼 때는 작가의 삶이나 작업 모습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립’(成立)은 글자 그대로 ‘일이나 관계 따위가 제대로 이루어짐’을 뜻하는 단어다. 20대 초반에 작가의 꿈을 갖게 되면서 줄곧 사용해 온 필명이다. 작업에서도 일이 잘 성립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초반 작업에선 대부분 자화상이나 타인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최근에는 식물이나 자연이 관심의 대상이다. 식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산책을 하다 바라본 풍경, 어딘가에서 인상 깊었던 식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작품으로 만든다.
“종이에 작업하다가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드로잉이 가벼운 재료로 느껴지다 보니 영상 작업을 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어느 순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주변의 나무나 식물을 탐구했죠. ”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작품과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축적된 작가의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인다. 특히 작가가 처음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노트와 사진은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의 원천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형태의 영상이 공개돼 그간 노출되지 않았던 사적인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노트는 습관적으로 쓰고 있어요. 생각들을 끊임없이 적고 있죠. 전시를 구경하고 나서 마지막에 영상이 나오는데 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는지 좀 더 투명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성립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 뮤지션 등과도 협업하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샤이니 콘서트에서 콜라보 작업을 하기도 했고, BMW 신차 바이럴 영상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생각들을 녹여내는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 관람객들이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창작의 욕구가 조금이라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감정에 치우친 작업보다는 깊이 고민하고 있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앞으로 만들어질 고민들에 대해서 작업으로 풀어나가려 합니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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