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먹은 보증금만 2조인데…'악성임대인' 명단공개 고작 17명
9월말 명단공개법 시행 이후 전세사고 낸 집주인만 해당
소급적용 제한, 실효성 논란…대상 늘려 피해 확대 예방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했다. 올해 말부터 악성 임대인으로 확정되면 이름과 주소, 채무액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도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법 시행 이전인 올해 9월 이전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 탓에 공개 대상이 제한적이라 벌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은 악성 임대인(상습 채무불이행자) 17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27일 밝혔다. 공개 대상이 되는 상습 채무불이행자는 과거 3년간 2회(법 시행 이후 1건 이상 포함) 이상 전세보증금을 미반환하고, 채무액이 총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다.
HUG는 이날 제1차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열고 총 17인의 명단 공개를 확정했다. 위원회는 HUG 임직원 3명, 변호사 등 전문가 3명, 교수 5명으로 구성됐다. 악성 임대인 명단은 위원회에서 공개 여부가 확정되면 국토부와 HUG 누리집, 안심전세앱 등을 통해 성명, 나이, 주소, 채무액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도 조회할 수 있다.
이번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시행 후 처음이다. 법 시행일인 9월29일 직후 바로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고의가 아닌 경제난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명 기간(2개월)을 뒀기 때문이다. 공개된 명단은 당사자의 소명 자료를 검토한 뒤 위원회에서 최종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명단 공개를 통해 집주인 동의 없이도 악성 임대인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안심전세앱이나 국토부와 HUG 누리집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소급 적용 제한으로 이번 공개 대상은 17명에 불과하다. HUG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 370여 명 중 이번 명단 공개 대상에 오른 임대인은 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들이 악성 임대인 17명을 찾아서 전세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책으로 명단 공개를 내세웠으나, 세입자들이 악성 임대인을 거를만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전세보증을 담당하는 HUG가 충분한 악성 임대인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도, 공개 대상이 법 시행 이후로 정해지면서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HUG가 만드는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 미회수 채권이 2억원 이상인 사람 등이다.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는 올해 3분기까지 총 378명으로 지난해 말(233명)보다 62% 증가했다. 이들이 낸 보증사고는 2조830억원 규모로 1만304세대가 피해를 봤다. 그러나 명단 공개 요건에 따라 이 중 5명만 이번 공개 대상에 올랐다.
지금까지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반환한 전세금(대위변제액)만 1조8205억원(9007세대)이다. 특히 미반환 전세보증금 액수가 많은 상위 10명에 대해선 HUG가 지금까지 5000억원 이상 대위변제를 했으나, 이번 공개 대상에는 이름이 빠졌다. HUG는 상위 10명 중 2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8명에 대해선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지적을 고려해 앞으로 위원회를 수시로 열고, 공개 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 3월까지 90명, 내년 말까지 450명 수준의 악성 임대인이 추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의 소급 적용은 어렵기 때문에 시행일 이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채무가 발생한 임대인부터 명단 공개가 가능하다"며 "이후 시간이 지나면 명단 공개 대상도 점차 늘어나 피해 확대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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