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도용 vs 보편적 생각' 스타트업들 사업 베끼기 논란

최연진 2023. 1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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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스타트업)들 사이에 사업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둘러싸고 아이디어 도용과 보편적 아이디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언박서즈 측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한 글을 통해 "아이디어에 주인이 없다"며 "트리를 장식하는 아이디어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의 아이디어여서 유사 서비스가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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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스타트업)들 사이에 사업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둘러싸고 아이디어 도용과 보편적 아이디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타파이브팀은 자체 개발한 인터넷 돌림 쪽지(롤링 페이퍼) 서비스 '내 트리를 꾸며줘'를 또다른 스타트업 언박서즈에서 '데코 마이 트리'(deco my tree)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베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롤링 페이퍼는 특정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주변 사람들이 적어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산타파이브가 2021년 11월 개설한 '내 트리를 꾸며줘'는 롤링 페이퍼를 온라인으로 옮긴 서비스다. 특정인이 해당 홈페이지에 성탄 트리를 만들어 놓으면 지인들이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장식물처럼 트리에 걸어 놓는다. 트리를 만든 사람은 성탄절에 이 내용을 열어볼 수 있고 해당 트리를 1년 내내 전시할 수 있다. 산타파이브는 해당 홈페이지에 광고를 실어서 번 돈을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고 있다. 조단원 산타파이브 대표는 "직원들이 본업이 따로 있어서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2년간 3,500만 원을 기부했고 올해도 2,000만 원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언박서즈는 최근 '데코 마이 트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도 트리를 만든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서 장식물로 걸어 놓는 형태다.

사업 베끼기 논란을 빚고 있는 산타파이브의 '내 트리를 꾸며줘'(왼쪽)와 언박서즈의 '데코 마이 서비스' 비교 그림. 산타파이브 제공

언박서즈가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양 사 간에 유사 서비스 논쟁이 일고 있다. 언박서즈 측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한 글을 통해 "아이디어에 주인이 없다"며 "트리를 장식하는 아이디어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의 아이디어여서 유사 서비스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롤링 페이퍼는 보편적 아이디어이지만 이를 성탄 트리를 이용해 보여주는 표현방식은 고유한데 이를 베낀 것"이라며 "결국 이용자 환경(UI) 등이 유사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유사 서비스들은 호텔 창문에 메시지를 적거나 나무가 자라는 형태 등 표현 방식을 다르게 해서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언박서즈는 트리에 장식물을 거는 방식이 너무 똑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 대표는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도 언박서즈가 그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데코 마이 트리는 이메일로만 회원 접속을 할 수 있는데 지원하지 않는 카카오, 트위터 등 사회관계형 서비스(SNS)를 활용한 회원 접속 내용이 자주 묻는 질문에 나와 있다"며 "내 트리를 꾸며줘 내용을 그대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언박서즈는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으나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인터넷주소(IP)로는 데코 마이 트리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언박서즈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원래 데코 마이 트리는 주력 사업이 아니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진 서비스 '하이프'를 알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게시했다.

산타파이브는 법무법인을 선임해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조 대표는 "언박서즈에서 사과하면 법적 조치까지 취할 생각이 없다"며"스타트업 분야에서 흔히 일어나는 베끼기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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