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탈당, 희망 줬던 ‘청년 정치’의 결말은 결국 이렇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탈당했다.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불과 2년 반 전 많은 국민의 기대를 안고 당대표에 올랐던 그가 그 당을 비난하며 떠났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전 대표가 낡고 고인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실망과 아쉬움이다.
이 전 대표는 “저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탈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설 상당 부분을 윤석열 대통령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상대를 악의 상징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라고 비유했다. 지금의 정국을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극한 대립이라고도 했다.
정치인 이준석을 키운 건 국민의힘이다. 무명에 가까운 30대를 당대표로 만들어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있었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정치적 이념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대북관, 안보관도 차이가 없다. 이제 와서 그런 당과 사람들을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하고 떠나는 것은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것은 모두 윤 대통령과의 불화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왜 불화하기 시작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특별히 불화할 이유가 없을 듯한 두 사람의 불화가 불구대천처럼 됐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양두구육”이라고 했고, 친윤계엔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했다. 입당 전부터 이 전 대표를 경원시했다는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전 대표를 ‘성범죄자’로 몰아 당대표에서 쫒아냈다. 그 뒤부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난을 주업무로 삼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정치 역사에서도 대선을 함께 치러 승리한 정당의 대통령과 당대표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원수가 된 경우는 없었다. 대선 승리 정당인데 축제 분위기가 며칠도 없이 거의 매일 불화였다. 지금 대통령 국정에 대한 부정이 긍정의 두 배나 되는 국민의 평가는 이런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정을 책임지게 됐는데도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감정을 앞세운 충돌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데 좋은 평가를 할 국민이 많을 수가 없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희생과 헌신, 긴 호흡, 진중한 언행 없이 지금과 같은 모습만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때 희망을 줬던 ‘청년 정치’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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