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의 도전
兵風, 거짓 폭로, ‘줄리’ 등 선거 때마다 등장한 정치 공작은 민심 교란하는 민주의 公敵
국민들은 낡은 정치 버리고 새 정치 보여주는 쪽에 표 줄 것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혼탁한 정치판을 보면서 스무 살 때 읽었던 프롬(Erich Fromm)의 문장이 떠올랐다. 선거 민주주의를 불신했던 그는 대략 이런 주장을 펼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려면 유권자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뿐더러 투표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현실을 보면 유권자는 반(半) 최면 상태에서 정치쇼에 현혹되어 인기 상품을 충동구매하듯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에 민주 선거는 막장 드라마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 4반세기 한국의 선거판을 되짚어 보면 프롬의 주장에 새삼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의 허위 병풍, 2002년의 거짓 폭로 등은 모두 현재의 야권 세력이 여론을 훔치기 위해서 기획한 정치 공작이었다. 2년 전 대선을 앞두고 날마다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던 “줄리”라는 가공의 인물은 어떤가? 그 역시 상대편 후보를 죽이려는 간특(奸慝)하고 비열(鄙劣)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후보 본인이 아니라 그의 부인을 겨냥한 인격 살해의 흉기였기에 ‘간특’과 ‘비열’이란 단어를 안 쓸 수 없다. 서양의 결투 문화에선 사내들끼리 다투다 상대의 부인을 공격하면 거기서 싸움은 끝이 난다. 누구든 타인의 와이프를 건드리는 순간 비겁한 얼간이의 오명을 쓰고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 한국 정치엔 명예도, 금도도 없는가?
얼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 막장 정치극의 주연으로 다시 불려 나왔다. 이번엔 한 목사가 몰카를 찍어 언론에 흘린 후 뇌물을 받았다며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다. 공인 신분으로 그런 속임수에 말려들었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자체가 인격 살해의 흉계로 자행된 범죄 행위다. 타인을 음해하려는 악의를 갖고 덫을 친 행위가 어떻게 범죄가 아닐 수 있나? 하물며 암수로 여론을 흔들려는 반민주적 정치 공작임에랴.
이번에도 정치 공작의 주체는 어제의 그 세력이었다. 민주의 깃발을 들고 설치지만, 간사한 꾀로 민심을 교란하는 세력은 민주의 공적이다. 왜 매번 선거철만 되면 음흉한 정치 공작이 반복되는가? 선거만 끝이 나면 그 모든 정치 공작을 쉽게 용서하고 망각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불감증 탓이다. 2002년 청와대에서 꾸며낸 거짓말로 야권 대선 후보의 부인을 수뢰범으로 몰았던 그 인물이 지금도 5선 의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조직을 위해 죄를 짓고서 형을 살고 나오면 뒷배를 봐주는 전형적인 마피아식 논공행상이다.
정치 공작에 휘둘리지 말고 내년 총선의 본질적 의제로 돌아갈 때다. 국회 물갈이냐, 정권 심판이냐? 국민은 냉철하게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양자택일해야 한다. 현재의 제1 야당은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적어도 지난 정권에선 엉터리 정책을 남발하고 내로남불의 작태를 연출하다 퇴출당했다. 2년 만에 그들을 다시 불러와 “탈원전”과 “소주성”과 “반일·종북”의 폭주를 이어가게 한다면, 정권 교체는 왜 했는가? 현 정권은 정치적 미숙으로 끝없는 잡음을 일으켰지만, 지난 1년 7개월 적잖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한·미·일 공조를 되살렸다는 점은 전 세계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미 동맹도 흔들거렸고,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일본을 끼고 쿼드(Quad) 안보협의체를 맺었다. 한·미·일 공조의 열쇠는 언제나 한국이 쥐고 있었다. 그 점을 잘 아는 현 정권이 가치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게다가 부정부패를 일삼은 전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 현 정권은 사법 정의를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운동권적 일탈을 멈추고 글로벌 정상 궤도에 진입하려 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문제는 국회다. 벌써 200석 운운하는 거대 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면 어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까? 범야권은 집권당에 군부독재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대통령 부인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 합의도 없이 총선용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다지만, 86세대 특유의 낡은 정치가 더는 통할 리 없다. 이제 다수 국민은 대안 세력의 새 정치를 희구한다. 젊고 유능한 법무부 장관이 집권당 비상 대책의 조타수로 우뚝 서면서 의회 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다음 총선은 국회를 물갈이해 나라를 살리는 싸움이다.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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