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TV 악몽’ 재현?... “네이버 독점 막으려다 美中업체만 키울 수도”

안상현 기자 2023. 12.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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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단체, 우려 목소리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27일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이하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오히려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포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이용자 수가 많거나 거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불안에 떨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도 국내 기업처럼 동일하게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컴업 2023 전경 사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에 대해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독과점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그로 인해 관련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이 입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선 강화된 규제가 토종 플랫폼 기업 성장을 막고, 상대적으로 국내 규제에서 자유로운 미국이나 중국 플랫폼만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유튜브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거나 규제를 무시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국내 업체들만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해외 업체가 반사이익을 보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해외 플랫폼 제대로 규제할 수 있나

플랫폼 경쟁촉진법의 주요 골자는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국내외 주요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한 뒤 규제하는 것이다. 경쟁 플랫폼 이용을 막는 ‘멀티호밍 제한’이나 플랫폼 거래 사업자 우대(자사 우대), 플랫폼 서비스에 자사 다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끼워팔기’ 같은 반칙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관련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비슷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고 있고, 독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법안 추진의 이유이다.

문제는 법안이 치밀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토종 플랫폼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라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의 최혁재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부에서 만든 규제나 법률로 항상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라며 “글로벌 빅테크들이 항상 교묘하게 빠져나간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법인이라서’, ‘유한회사라서 정보가 없어서’ 등 해외 플랫폼을 규제해야 하는 정부 실무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경기는 제발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판도라TV 사태 반복될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과거 규제로 인해 국내 업체가 고사한 사례도 거론된다. 국내 1세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유튜브 진출 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점유율 1위였던 판도라TV는 2010년 등장한 인터넷 실명제와 저작권법 삼진아웃제로 몰락했다. 지금은 위헌 판결이 난 인터넷 실명제와 함께 불법 영상이 올라오면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 판도라TV 같은 국내 기업엔 철저히 적용됐지만, 유튜브엔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튜브는 대놓고 규제를 거부하는 강수를 뒀지만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판도라TV에 초기 투자했던 VC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페이스북에 “유튜브는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그 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결과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하는 상황이 됐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시행될 경우 쇼핑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 진출까지 거센데, 법 하나로 자칫 국내 디지털 경제가 미국과 중국 플랫폼에 의해 양분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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