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상이용사의 아들, 군인병원 원장 됐다

노석조 기자 2023. 12.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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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의료 영웅’ 이국종 교수 갑판병 출신 최초 명예 대령 진급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이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국내 외상외과 분야 최고 권위자이자 국방부 의무자문관인 이국종 교수에게 국군대전병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중증 외상 분야 권위자인 이국종(54) 아주대병원 교수가 27일 국군대전병원장에 임명됐다. ‘아덴만 여명 작전’ ‘판문점 귀순 사건’ 등에서 총상자를 극적으로 살려낸 ‘의료 영웅’인 이 교수는 6·25전쟁 상이군인의 아들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이날 “이 교수는 환자 치료·후송 체계 구축에 기여한 국내 외상외과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면서 이 교수가 공모 과정을 거쳐 국군대전병원장에 최종 선발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병원장 취임을 계기로 명예 해군 중령이던 이 교수를 명예 대령으로 ‘진급’시켰다. 이 교수는 해군 갑판병으로 전역했는데, 병사 출신이 영관급 최고 계급인 대령에 오른 것은 최초다. 이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직책과 계급장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군 의료뿐 아니라 군 전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뭐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69년 서울 태생인 이 교수는 서울 명덕고를 졸업하고 1988년 아주대 의대 1기로 입학했다. 당초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력이 나빠 해군 장교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그는 의대 재학 중 해군 수병으로 입대했다. 부친 이범홍씨는 6·25전쟁 때 통신병으로 참전했다가 지뢰 폭발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의 상이군인이자 국가유공자였다. 아버지는 술을 한잔하면 항상 이 교수의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 ‘상이군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마음고생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이 교수가 국가유공자 가족을 위한 복지 카드를 들고 병원에 갈 때마다 ‘공짜 치료 받으려 한다’는 눈총을 받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군 복무를 하면서 의대 졸업을 포기할 생각을 했다. 비싼 학비, 장기간의 학업 등이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해군 동료와 간부들이 “포기하지 말고 의사가 돼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전역 후 학교로 돌아가 1995년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며 외과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군 동료들의 격려가 아니었다면 의사가 안 됐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성형 등 특정 분야에 의사가 쏠리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외된 외과 분야에서 묵묵히 일한 전문의로 손꼽힌다. 그는 미국 연수 후 일반 수술과 달리 복강을 열어두고 의료용 특수 천을 덮은 채 수술을 중단한 뒤 상태가 호전되면 재수술하는 ‘손상 통제 수술’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을 당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한 이후 다시 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훈련 현장에서 부상당한 장병을 치료하고, 군 환자 후송 훈련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러던 가운데 2017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 북한군 총탄을 5발 맞은 오청성씨를 수술해 기적적으로 살려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 등으로 이 교수는 2015년 해군 홍보 대사(명예 대위)에 위촉됐고 2017년 소령, 2018년 중령으로 진급했고, 이번에 대령 계급장도 달게 됐다.

국방부는 “이 교수는 특정 사건에 의료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해군 순항 훈련이나 해상 드론을 활용한 조난자 탐색 구조 훈련 등 다양한 군 의무 분야 훈련에 참여하면서 군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 많은 조언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군 의료 체계 개선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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