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털 모방한 섬유 개발, 오리털 재킷보다 따뜻해

김효인 기자 2023. 12.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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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캡슐화 에어로겔 섬유’ 개발
가득한 구멍마다 공기 들어찬 구조
열 차단하는 효과 있어 보온성 높아

북극곰의 털을 모방해 얇으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섬유가 개발됐다. 새로운 섬유는 오리털 패딩과 비교해도 따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저장대 화학·생물공학과 연구팀은 북극곰의 털처럼 공기층이 들어있는 ‘캡슐화 에어로겔 섬유(EAF)’라는 합성 섬유를 개발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섬유를 이용해 스웨터를 만든 결과, 면과 울은 물론이고 오리털 패딩보다도 보온성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북극곰의 털 단면을 보면 미세한 구멍이 가득하고, 이 구멍마다 공기가 들어차 있는 구조다. 이런 다공성 구조는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북극곰이 극지방의 추위를 견디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이런 북극곰의 털을 모방하기 위해 에어로겔을 활용했다. 에어로겔은 고체와 기체의 혼합 물질로, 단열 효과가 높아 주로 건물의 단열재로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섬유로 만들기에 너무 질겨 옷 제작에 활용한 경우가 없었다.

연구팀은 우선 동결 실뽑기(freeze-spinning) 과정을 거쳐 에어로겔 섬유를 제작했다. 고분자 물질인 폴리머 용해액을 급속 냉각해 다공성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어 신축성 물질인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으로 섬유를 코팅했다. 이렇게 개발된 EAF는 1000% 이상의 인장률을 보여 원래 모양의 10배 이상 늘어나도록 잡아당겨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에어로겔은 인장률이 2%에 불과해 섬유로 사용할 수 없었다.

EAF를 이용해 만든 스웨터와, 다른 섬유로 만든 비슷한 형태의 옷을 비교한 결과 EAF의 보온성이 월등했다. 연구팀은 영하 20도의 환경에서 참가자들에게 각각의 섬유로 만든 옷을 입도록 하고 옷 표면의 온도를 측정했다. 표면 온도가 높을수록 인체에서 많은 열이 방출된다는 의미로, 온도가 낮아야 보온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측정 결과 에어로겔 스웨터의 평균 표면 온도가 3.5도로 가장 낮았고, 오리털 재킷은 3.8도, 울 스웨터는 7.2도, 면 티셔츠는 10.8도였다.

새롭게 개발된 섬유는 가벼우면서도 보온이 필요한 운동복이나 우주복, 군복 등에 사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 현재의 제작 방법은 너무 느리고 에너지 집약적이어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하오 바이 교수는 “대량 생산 방법을 찾기 위해 추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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