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뽑아도 적응 못해… 직무·언어 교육시스템 필요”
“중소기업은 국내에선 젊은 직원을 구할 수가 없는데, 어렵게 외국인을 채용해도 적응을 못 해 금방 회사를 떠나 답답하죠.”(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외국 인력을 ‘노동력 보충’의 관점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이주, 교육, 관리, 주거, 사회통합까지 포괄하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실장)
조선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외국인력 정책과 노동개혁 방향’을 주제로 ‘2023 중소기업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와 정부의 정책 책임자, 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를 비롯해 산업 현장에서 인력난, 구인난을 체감하는 전국 중소기업 대표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정부의 인력 수급 정책,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지원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렵게 구한 일손, 업무 익히면 떠나”
국내 중소기업계는 만성 인력난으로 외국 인력 채용이 필수가 된 상황이다. 대구의 한 염색업체는 전체 직원 110명 중 30명이 외국인이다. 이 업체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이 손에 익어 제대로 기술을 가르치려 하면 최대 4년 10개월인 비자 만기에 걸려 본국으로 떠나버린다”며 “숙련된 인력이 장기근속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의 한 조선 협력업체는 매일 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 출신 국가마다 리더 역할을 하는 근로자에게 웃돈을 찔러주며 “제발 (동료 직원들 데리고) 일하러 와라”고 부탁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이 업체 전무는 “외국인 근로자가 무리하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만9000명이었던 외국인력(E-9비자) 도입 규모를 올해 12만명으로 늘렸고, 내년엔 사상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외국인 직원을 채용해 당장 급한 불을 꺼도, 새로운 어려움이 생긴다”고 호소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직무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장의 고충을 반영해 이날 포럼에선 외국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언어와 직무 교육은 물론 적성에 맞는 사업장 배치, 체류 관리가 돼야 외국 인력을 고용한 기업도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외국 인력의 사전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국내 입국 후 교육을 위한 추가 재원이 필요하면 ‘외국인력지원기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송출국에서부터 한국어 교육을 받아야 소통 문제가 해결되고, 소통 문제만 나아져도 국내 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김은철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송출국 현지에서 직무 관련 훈련을 늘리고 한국어교육을 내실화하고, 외국 인력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에 적기에 배치될 수 있도록 입국 관련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외국 인력과의 사회 통합도 고민해야”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인력은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공생(共生)하는 사회구성원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주제 발표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임시방편이 아닌 한국 사회로 자연스럽게 유입하는 정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외국 인력 수급 문제를 전담하는 범부처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반만년 단일 민족이라는 혈통’보다는 외국 인력과 내국인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면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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