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이어 차관·비서관 대거 차출… 50여명 “총선 출마”

최경운 기자 2023. 12.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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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경선이 원칙”
그래픽=김하경

27일 교체된 차관급 인사 6명 중 4명은 내년 총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 전날부로 총선에 도전하려는 대통령실 비서관급 일부 인사에 대한 사직도 재가했다. 이로써 현 정권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직 출신 총선 도전 희망자는 50여 명으로 늘었다. 현 정권 출범 2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물갈이’를 내세워, 현역 국민의힘 의원과 원외(院外) 당협위원장 등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인적 자원 총동원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교체된 차관급 인사 가운데 총선 출마 희망자는 김완섭(기재부)·김오진(국토교통부)·박성훈(해양수산부) 전 차관과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다. 김완섭 전 차관은 강원 원주을, 김오진 전 차관은 대구 달서갑, 박성훈 전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 박성근 전 실장은 부산 중·영도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완섭 전 차관은 지난 7월 기재부 2차관에 임명됐고, 김오진·박성훈·박성근 등 3명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다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에 참여한 윤 대통령 측근들이다. 이들 외에도 대통령실에선 부속실 출신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이 전날 총선 출마 준비를 위해 사직했고,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도 총선 출마를 위해 곧 사직한다. 공직선거법 53조 1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출마를 하려면 총선 90일(내년 1월 11일) 전 사퇴해야 한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대통령실·정부 출신 총선 출마 희망자는 50여 명에 이른다. 대통령실에선 지난달 말 김은혜 전 홍보수석과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안상훈 전 사회수석이 용산을 떠났다. 비서관급 중에선 전희경(정무1)·전광삼(시민소통) 전 비서관이 최근 사직하고 출마를 준비 중이며, 작년 대통령실을 떠난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도 경북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달 들어 실시된 개각 때 교체된 장관들인 추경호(기재부)·박진(외교부)·박민식(국가보훈부)·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원희룡(국토부)·조승환(해수부)·이영(중소벤처기업부) 전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윤종진 전 보훈부 차관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장차관들이나 대통령실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도 드물지 않았던 일이지만, 규모가 이전보다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윤 대통령은 그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참모들에게 “뜻이 있으면 도전해 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출마를 망설이는 일부 인사에게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격려한 것으로 안다”며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가로막혀 소수당 정권의 한계를 절감한 대통령으로선 국회 의석 구도의 변화가 절실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이 국회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다수 후보가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갖고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근무 경험을 가진 인사들을 내세워야 한다는 뜻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주변에 “경선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이른바 ‘윤심(尹心)’을 앞세워 국민의힘 우세 지역에 전략 공천되는 일은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총선 도전에 나선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 상당수가 영남 지역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경쟁자들과 분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여권에선 수도권 출마 희망자의 당락은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 연동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국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후광(後光)이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예산과 정책 집행 수단을 갖고 있는 윤 대통령이 새해엔 전과 달라진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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