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20억 들인 울산 모노레일, 한 번 쓰고 쓰레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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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흉물로 남아 있던 울산의 국립자연휴양림 모노레일이 결국 철거된다.
수의계약 방식(경쟁이나 입찰 없이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으로 20억 원을 들여 설치한 모노레일은 개통 첫날 딱 하루밖에 운행하지 못하고 철거비용 4억 원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이 모노레일은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산길을 방문객들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다며 국립휴양림 중 최초로 20억 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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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방치 후 4억 들여 철거 결정
산림청 수의계약 방식 ‘도마 위’
“내년 정기 감사서 문제 검토할 것”
● 딱 하루 운영, 5년 방치 20억 짜리 모노레일
27일 울주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모노레일 승강장. 매표소 문은 닫혀 있었고 입구엔 ‘안전상의 이유로 운영 중단’이란 팻말만 걸려 있었다. 산림 곳곳에 설치된 레일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 흉물처럼 방치됐다. 모노레일 차량은 파란색 방수포에 둘러싸인 채 멈춰서 있었고, 컨테이너 창고엔 각종 건설 자재들이 수북이 쌓인 낙엽에 묻혀 있었다.
이 모노레일은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산길을 방문객들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든다며 국립휴양림 중 최초로 20억 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다. 8인승 차량 10대가 휴양림 3.5km 구간을 하루 80차례 오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8년 울산 신불산 모노레일 개통 첫날 모노레일은 산 중턱에서 멈췄다. 탑승객들은 모노레일에서 내려 경사가 급한 산길을 걸어서 내려와야 했다.
전원장치가 끊어지면서 운행이 전면 중단된 것. 그 후 5년 넘게 모노레일은 한 번도 운행되지 못했다. 단순히 전원장치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점검 결과 전원장치뿐 아니라 지주와 레일, 차량, 보안장치 등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점검을 맡은 업체는 ‘구조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이 업체와 2017년 8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관련 특허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설치 업체에 부실시공 책임을 물어 청구한 손해배상에서 승소했고, 법원이 19억1714만 원과 지연 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설치 업체가 파산하면서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사실상 사라졌다.
● 누구도 책임 없는 수의계약 도마 위에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재시공과 철거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결국 내년에 모노레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재설치에 드는 돈은 44억 원으로 초기 공사비 2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거비용도 최소 4억 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세 24억 원의 손실이 난 상황인데 산림청은 지난 5년간 내부 감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울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적돼 온 산림청의 수의계약 방식에 대한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난 사례”라면서 “해당 업체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사고 후 보수와 안전점검을 받거나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며“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권 회수 업무를 위탁하고 최대한 설치비용을 되찾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 법무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내년에 3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 감사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 계약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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