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공식 버무렸지만 혹평 쏟아졌다, 700억 드라마 ‘경성 크리처’
아무리 비싼 명품들로 치장해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으면 워스트 드레서가 되기 마련이다. 제작비 700억원을 투입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톱스타 박서준·한소희 출연에 일제강점기 배경의 ‘크리처물’이라는 참신한 설정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26일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집계)에 올랐으나 작품을 본 시청자들은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로 눈길을 끌지만, 때로 내실이 부족한 넷플릭스 콘텐츠의 허점을 또 한번 드러냈다.
◇‘킹덤’‘스위트홈’ 섞은 듯 기시감
‘경성크리처’는 1945년 경성에서 벌어진 부녀자 실종 사건을 추적하다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 일본 731부대의 생체 실험 끝에 괴물이 탄생한다는 설정은 그럴싸하지만,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시감이다. 넷플릭스의 대표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부터 ‘킹덤’ ‘스위트홈’ ‘미스터 션샤인’까지 조금씩 닮아 있다. AI가 성공한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뽑아 적절하게 재조합한 것처럼 클리셰투성이다. “더러운 조센징”이라며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본 건달이나 경찰도 진부하게 느껴질 뿐 위협적이지 않다. 이야기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니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질 리 없다.
괴물한테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도 로맨스와 코미디, 가족애가 눈치 없이 끼어든다. 여러 장르를 버무리는 드라마가 대세이긴 하나, 맛있게 비벼진 비빔밥이 아닌 정체 모를 잡탕밥이 돼버렸다. 미녀들의 구애에도 끄떡하지 않던 경성 최고의 부자 장태상(박서준)은 실종자를 찾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에게 첫눈에 반해 2회 만에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목숨을 건다. 한소희의 미모가 개연성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도망치는 와중에 튀어나오는 ‘나 좋아하시오?’ 같은 대사엔 설레긴커녕 눈살이 찌푸려진다. 징그러운 괴물들을 때려 부수는 크리처물의 쾌감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모성애가 남아있는 괴물 역시 당혹스럽기만 하다.
이야기에 몰입이 되지 않으니 CG와 세트에 자꾸 눈이 간다. 새로 지은 티가 팍팍 나는 거대한 세트는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기술력으론 ‘스위트홈’의 괴물에 뒤지지 않을 최첨단 CG 역시 1940년대 배경과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논다.
‘경성크리처’는 총 10회 중 7회를 먼저 공개했고, 나머지 3회는 1월 5일에 공개 예정이다. ‘더 글로리’처럼 파트1과 파트2를 나눠 공개하면서 기존 구독자를 붙잡아두고 화제성을 계속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7회로 압축해도 될 내용을 늘어지게 편집하면서 OTT 드라마의 장점이었던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외선 “신선하다” 호평도...일본은?
국내의 혹평에 비하면 해외에선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시대극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새롭게 보일 만도 하다. 반면 일본 영화평 사이트 필마크스에선 평점 2.5점(5점 만점)으로 악성 댓글 수준의 혹평이 달렸다. “어색한 일본어 때문에 웃음만 나온다””한국이 또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 “박서준의 팬이었는데 실망했다” 등의 댓글이 다수다. 소수이긴 하나 “이 작품을 통해 731부대의 존재를 알게 됐다. 비극이 다신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같은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한국은 올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생산 기지라 할 만큼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영화·드라마·예능을 합하면 총 28개로 2주에 한 번꼴로 새로운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택배기사’ ‘셀러브리티’ 를 비롯해 시즌2가 나온 ‘D.P.’ ‘스위트홈’까지 화제는 됐지만, 완성도 면에선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점점 한국적인 색깔은 흐려지고 넷플릭스의 성향에 맞는 자극적인 콘텐츠만 만들어내면서 국내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제작이 긍정적이기만 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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