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세월 아쉽지만…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처럼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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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달력의 끝이 다가온다.
마치 물이 흘러가듯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새해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에선 시간의 섭리이니 안타까워 말라고 하지만,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만큼은 어쩔 수 없다.
해바뀜에 연연하거나 세월의 속도에 무기력해지기보다 오기가 찍은 사진처럼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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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송년 모임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술과 음식으로 즐겨보지만 서글픔은 가시질 않는다. 마치 물이 흘러가듯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새해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간의 흐름에 예민해서 늙어 갈수록 새 달력 보기가 두렵다(‘除夜野宿常州城外’ 중 “老去怕看新曆日”)고 읊기도 했다.
폴 오스터의 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1980년)도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담배 가게 주인 오기는 14년 동안 가게 앞 같은 자리에서 매일 오전 8시 사진을 찍는다. 소설가인 폴이 비슷한 사진을 반복해서 찍는 이유를 묻자 오기는 똑같은 날처럼 보이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다며 4000여 장의 사진을 천천히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하루하루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천히 기어간다”(셰익스피어, ‘맥베스’)고 속삭인다.
시에선 시간의 섭리이니 안타까워 말라고 하지만,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만큼은 어쩔 수 없다. 해바뀜에 연연하거나 세월의 속도에 무기력해지기보다 오기가 찍은 사진처럼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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