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배우와 관객 사이 보이지 않는 벽, 뒤집어서 진심 보여주고파”

평택=김민 기자 2023. 12. 28.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통해 보이는 배우는 상상 속 존재에 불과하죠. 이번에 그 벽을 한번 뒤집어 보고 싶었어요."

463㎡(약 140평) 규모 공장을 개조한 미술관인 이곳은 철판으로 된 바닥과 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박신양은 지난 10년간 그린 작품 130여 점을 이곳에서 기획초대전 '제4의 벽'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박신양이 작업하지 않을 때는 1층 전시장에 들어가 그가 작업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평택 mM아트센터서 기획초대전
10년간 그린 130여 점 전시
작업하는 모습도 관객에 공개
박신양이 기획초대전이 열리는 경기 평택시 mM아트센터에서 작품 ‘투우사’ 옆에 섰다. 평택=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배우와 관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통해 보이는 배우는 상상 속 존재에 불과하죠. 이번에 그 벽을 한번 뒤집어 보고 싶었어요.”

물감이 여기저기 묻은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은 배우 박신양(55)이 26일 경기 평택시 mM아트센터에서 말했다. 463㎡(약 140평) 규모 공장을 개조한 미술관인 이곳은 철판으로 된 바닥과 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마치 촬영 현장처럼 낚시 의자와 조명이 곳곳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곳은 촬영 현장이 아닌 박신양의 ‘작업 공간’. 거대한 캔버스와 물감, 붓도 가득 놓여 있었다.

박신양은 지난 10년간 그린 작품 130여 점을 이곳에서 기획초대전 ‘제4의 벽’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같은 제목의 책도 발간해, 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자 김동훈과 함께 풀어냈다. 또 전시가 열리는 약 4개월 동안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이어간다.

박신양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그리워서’라고 말했다. 먼저 떠오른 그리운 것은 예술에 대해 마음껏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던 러시아 유학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친구 ‘키릴’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 다음엔 예술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만날 희망과 가능성을, 또 연기를 하면서 누군가의 진심에 가닿길 바랐던 마음을 그렸다.

이 마음들은 벼랑 끝에 몰린 투우사(작품 ‘투우사’)로, 우둔해 보이지만 묵묵히 짐을 떠맡고 가는 당나귀(작품 ‘당나귀’)로, 트라피스트 수도원(경북 상주)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받아 무작정 만난 두봉 주교가 건네 준 사과(작품 ‘사과’)로 표현됐다. 박신양은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연기를 하지만 미디어를 통과하며 껍데기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때로 그 껍데기가 나보다 커졌다”며 “연기가 아닌 그림이면 진심이 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팔지 않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고 했다.

전시장은 작업하는 그를 관객이 2층 덱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연극에서는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있는 가상의 벽이 이곳에서는 1, 2층 사이에 만들어진 셈이다. 1층 높이가 6m가 넘어 관객은 높은 곳에서 박신양을 영화의 부감숏처럼 내려다보게 된다. 박신양은 “영화에서도 시간의 흐름 등 관념적인 개념을 표현할 때 이런 구도를 쓰는데, 이번 전시의 의미도 내 표정 하나하나보다 큰 흐름을 관객이 봐주길 바랐다”고 했다. 박신양이 작업하지 않을 때는 1층 전시장에 들어가 그가 작업한 흔적을 볼 수 있다. 3층 전시장에선 작품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내년 4월 30일까지. 5000∼1만2000원.

평택=김민 기자 kimm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