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홍해발 물류대란

이은정 기자 2023. 1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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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잇따라 공격,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를 마비시키고 있다.

후티 반군은 2019년 예멘 해상에서 선박을 나포해 우리나라 선원 2명을 억류한 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진 후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하겠다고 선포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25일 미국 주도 다국적 함대에 맞서 더 많은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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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잇따라 공격,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를 마비시키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슬람 시아파의 무장 단체다. 이 단체 지도자 모하메드 알후티의 이름을 땄다. 2004년 처음으로 무장봉기를 일으켜 2015년 예멘 대통령궁을 장악했으나 대통령이 피신하는 등 반란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반 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후티 반군은 2019년 예멘 해상에서 선박을 나포해 우리나라 선원 2명을 억류한 바 있다. 당시 오만에 있던 청해부대 강감찬함이 사고해역으로 긴급 출동했고 선원들은 무사히 풀려났다. 이처럼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자주 납치해 골치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진 후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관련 선박만 공격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과 무관한 선박에도 공격을 서슴지 않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은 지난달 3건에서 이달 초 8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후티 반군은 지난 25일 미국 주도 다국적 함대에 맞서 더 많은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멘 앞바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연결하는 유일한 바닷길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빠른 해상 루트다 보니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30%가 오간다. 안보 위협이 커지자 글로벌 해운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HMM도 수에즈 운하 운항을 중단했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아시와 유럽 항로는 약 6500㎞로 늘어난다. 운행 시간도 7~10일 추가돼 운임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석유·천연가스 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이곳이 막히면 세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 노선뿐만 아니라 미국 동부로 향하는 해운 운임도 급등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해상운임이 오르면서 항공·육상운임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물류비 급등이 전반적인 제품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다시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미국과 동맹국이 다국적 해군함대를 출범했으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 전쟁이 홍해로 번질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공급망 불안 파장을 최소화해 물류 위기를 줄이는 게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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