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자동차산업 메카 ‘울산 모터쇼’를 꿈꾸며
현대자동차가 오는 29일 창립 55주년을 맞는다. 1967년 12월 29일 지금은 울산 북구인 양정동 700에서 역사의 장을 열었다. 처음엔 미국 포드와 기술 제휴,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는 정도로 출발했다. 1976년 남미 에콰도르에 포니 승용차 6대를 첫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 물꼬를 텄다. 1999년 5월12일 수출 누계 100만 대를 달성했다. 이날은 ‘자동차의 날’이 됐다.
이제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으로 자리잡았다. 자동차 판매순위를 매기는 마크라인즈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글로벌 완성차사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기아차 포함)는 553만 대로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3위다. 추세로라면 연말까지 600만 대 돌파도, ‘글로벌 빅 3’ 랭크도 기대된다.
이 같은 신화의 터전인 현대차 울산공장의 성장과 확장 또한 눈부시다. 울산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공장이다. 5개 완성차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52만 대다. 여기에 내년 연말이면 연산 20만 대 규모 전기자동차 전용공장이 완공된다. 울산공장 직원만 3만2000여 명이고, 공장 면적은 여의도(2.9㎢)의 1.5배다.
많은 사람이 울산하면 현대차를 떠올린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메카’란 별칭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일본엔 아예 ‘도요타시’라는 도시 명칭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이런 외형적인 규모나 역사성을 뒷받침 할 만한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울산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날은 일반 시민은 잘 모를 정도로 요식적인 행사가 돼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한때 자동차박물관 건립설이 나왔지만 검토 단계 이상 넘지 못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현대모터 스튜디오가 생기면서 아예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게다가 고양시는 킨텍스에서 격년으로 ‘오토살롱 위클리’라는 전시 형태 모터쇼까지 열고 있다. 고양시가 한국자동차의 성지처럼 돼가는 모양세다.
울산이 진정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한 문화 소프트웨어 확충 일환으로 모터쇼를 열 것을 시에 제안한다. 다만 현재 국내 다른 모터쇼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이라면 안 하니만 못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7개 정도의 크고 작은 모터쇼가 격년제 형태로 열리고 있다. 홀수해마다 열리는 서울모빌리티쇼와 짝수해에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서울과 제주 대전 고양 등지에서 전기나 수소차 등 부문 행사 성격의 모터쇼가 있다. 군산국제자동차엑스포, 코리아 트럭쇼, 현대 트럭&버스 페어 등 3개 모터쇼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대부분 국내 모터쇼들이 신차를 관람객에게 전시해 보여주는 일방적인 형식을 취하면서 점차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부산모터쇼도 7회까지는 100만 이상 관람객이 찾았지만 2016년 대회부터 6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2022년 10회 때는 49만 명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거둬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울산에서 모터쇼를 개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울산은 자동차와 관련한 역사성과 정체성 확장성 파급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시와 현대차가 공동 주최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000여 개나 되는 협력업체 군이 형성돼 있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관람객 체험형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보여주기만 하는 쇼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이어야 한다. 창의적으로 설계 제작한 자동차, 독특하고 특이한 개조 차, 화려하고 멋진 튜닝카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카 프라모델 전시회나 버기카 같은 경량 자동차 경주대회도, 개인 소장 클래식카 전시회도 시선을 끌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 빨리 갈아 끼우기나 굴리기 경주 등 경정비 분야 챔피언을 가리는 것도 꿀잼 아이템이다. 행사 기간동안 현대차 생산시설을 견학하고 울산전시컨벤션에서 신차 전시와 함께 학술대회도 개최하자. 현대차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5월12일 ‘자동차의 날’에 맞춰 열리는 울산만의 멋지고 독창적인 모터쇼를 꿈 꿔 본다.
방종근 부국장·울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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