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역문화예술 부흥의 동력은 지역인재
12월 마지막 주, 항상 이맘때면 웬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첫날이 시작될 때 소소하거나 거창했던 각자의 결심은 작심삼일로 사라지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었을 것이다. 일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시간의 내용은 모두에게 공정하거나 평등하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후회와 아쉬움 등으로 뒤엉켜 지나왔을 것이다. 각자의 시간을 돌이켜 보며 다시 올 새해를 맞이하려는 지금,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부흥을 꿈꾸던 2023년을 반추하고 평가해 새로운 꿈을 그려 보아야겠다.
인연이 닿아 필자는 진주시에서 개최한 2023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를 진행하며 온전히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다했고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과로 나타났다. 비엔날레급 전시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연장전시와 야간 개장까지 진행하며 시민과 관람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진주소목 산업화·세계화 가능성 확인’, ‘지역에서 세계를 봤다,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42일 대장정 마무리’ 등으로 폐막을 알리며 행사를 평가하는 언론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전시를 마치며 여러 평가회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로 구성된 도슨트 활동이었다. ‘도슨트’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안내하며 전시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말한다. 184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1907년 미국에서 전 세계로 이어졌고 한국에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도슨트(docent)란 단어는 라틴어 ‘docere(가르치다)’는 뜻의 동사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유럽에서는 대학의 교수 직위 중의 하나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무엇을 가르친다기보다 오늘날 전시장에서의 도슨트는 관람객을 직접 대면하며 가장 근접하여 관람객의 반응과 평가를 취합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에서도 도슨트의 활약은 대단했고 무엇보다 자발적인 참여의 시민도슨트라는 점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이 무척 컸다. 전시가 진행되어 가면서 도슨트의 설명을 기다리는 관람객이 늘어났고 일부러 도슨트의 시간에 맞추어 관람하시는 분도 많았다.
진주의 도슨트는 무엇이 달랐을까? 지역을 잘 아는 토박이도, 직장때문에 이주해 온 외지 분도 있었지만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함께하며 지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이런 마음이 일선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일 ○○시에 도슨트 선생님 설명이 참 좋았어요’라는 설문조사 응답을 보며 모두들 보람되었다는 평가였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시민도슨트를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인재는 지역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문화예술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이며 경험을 통해 즐기는 것이니까.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 지역 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부흥은 지역만이 가진 문화자산으로 가능하며 지역의 인재를 통해 지속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는 인구수 26만의 베니스 비엔날레나 인구수 20만의 카셀도큐멘타처럼 국제적인 전시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도시들이 문화예술 행사 하나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며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전통으로 지속하여 이어오면서도 외부의 변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외지인의 시각에서 지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상 열린 소통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과 꿈이 모여야 한다. 사람이 먼저인 것은 분명하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부흥을 꿈꾸며 오늘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모든 이들에게 ‘지나간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꿈과 같습니다’는 어느 스님의 글을 함께 나누고 싶다. 바뀌지 않은 부조리와 불합리의 과거는 지나간 꿈이라 생각하고 이제 다가올 새로운 시간에는 아름다운 꿈들을 결심하며 모두에게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 본다. 새해에도 지역에서 문화예술하기, 파이팅!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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