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종말 모습” “처음보는 도마뱀”… 올해 최고의 과학사진

곽수근 기자 2023. 1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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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네이처 선정 ‘2023년 과학 사진’
노르웨이 빙하 만년설이 녹아 쏟아져 내리는 장면. /네이처

여간해선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 짐작조차 어렵다. 금발 머리 가르마를 가까이서 촬영한 것 같고, 갓 구워낸 페이스트리의 얇은 겹들을 찍은 듯한데 ‘과학 사진’이라니 궁금증이 더해간다. 올해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은 흥미로운 사진들이 ‘2023년 최고의 과학 사진’으로 최근 발표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이 사진들은 올 한 해 과학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기상이변 사진, 1·2번째로 선정돼

올여름 지구촌은 폭염을 비롯한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7월 지구 전체 평균기온은 섭씨 17.2도(버클리 어스 집계)로 관측 역대 최고였고, 세계 곳곳이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네이처가 ‘올해 최고의 과학 사진’으로 꼽은 13개 이미지 가운데 첫째, 둘째로 내세운 사진이 이상기후와 관련된 것이다. 첫 사진은 지난 6월 캐나다 산불 여파로 주황색 연기에 뒤덮인 미국 뉴욕의 하늘을 담고 있다. 당시 뉴욕은 “지구 종말의 모습” “화성 같다”고 불릴 정도로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렸다. 둘째 사진은 유럽에서 셋째로 큰 빙하로 꼽히는 노르웨이의 에우스트포나의 만년설이 녹아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다.

태양 표면에서 자기장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필라멘트 현상. /네이처
세계 최초의 3D(입체) 프린팅 로켓 ‘테란 1’의 첫 발사 장면. /네이처

◇지구 밖으로 렌즈를 돌린 사진들

‘태양 뱀’이라고 명명된 사진은 언뜻 금발 곱슬머리의 가르마처럼 보이는데, 태양 필라멘트를 촬영한 것이다. 이는 섭씨 6000도에 달하는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주노(Juno)가 근접 촬영한 목성 북극의 폭풍도 올해의 과학 사진으로 선정됐다. 거대한 가스층이 대기를 덮은 목성의 정확한 모습은 주노 이전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7년 전 주노가 목성에 도착한 이후 극지방의 초대형 폭풍 등을 확인했다. 이번 사진은 주노가 목성 궤도를 54번째 도는 중 찍은 것이다.

세계 최초의 3D(차원) 프린팅 로켓 ‘테란 1′이 지난 3월 처음 발사되는 장면도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 이 로켓은 렐러티비티 스페이스가 엔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제작사 목표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부품 수를 기존 로켓의 100분의 1로 줄이고, 로켓 제작 기간도 6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다. 테란1은 첫 발사 당시 목표 궤도(200㎞ 상공)에 도달하지 못하고, 약 3분 만에 추락했다.

새로운 종으로 발견된 도마뱀 ‘게코 미조라멘시스’. /네이처
설탕 시럽 결정(結晶)을 확대 촬영한 사진. /네이처

◇결정(結晶) 확대한 사진

새로운 종으로 발견된 도마뱀 사진도 선정됐다. 네이처가 ‘안녕! 도마뱀’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 사진은 인도 북동부에 서식하는 ‘게코 미조라멘시스(Gekko mizoramensis)’다. 다른 나무로 이동할 때 행글라이더처럼 활공해 ‘날아다니는 도마뱀’으로 불린다. 네이처는 이번 신종 도마뱀 외에도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더 많은 종들이 지구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트리의 얇은 겹들 또는 들쭉날쭉 접힌 책 페이지처럼 보이는 사진은 설탕 시럽 결정(結晶)을 편광 현미경으로 25배 확대한 것이다. 네이처는 직관을 뒤엎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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